[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성근 감독, ‘명예회복’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7.03.30 10: 01

“제가 감독을 하면서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말을 합니다. 플레이는 선수가 하지만 그 플레이를 시키는 것은 감독입니다. 그래서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감독입니다. 리더는 핑계를 대면 안 됩니다. (… …)승부의 세계는 현실이 중요합니다. 동정이나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현장에 있을 때는 신뢰받는 리더가 돼야 합니다.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내야 합니다.”(『월간조선』2014년 12월호에서 부분 인용)
인용이 길었다. 이 글은 김성근(75) 한화 이글스 감독이 프로야구 현장으로 복귀한 직후인 2014년 11월 7일, 청와대 직원 250명 앞에서 ‘리더십의 조건,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내용 중에서 부분 발췌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 때 청강생들에게는 ‘금과옥조’가 될 수도 있었을 강연 내용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으니까. 다만 김성근 감독이 한 강연이 현재 그가 처한 상황과 겹쳐져 다시 한 번 음미해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아시다시피 올해가 자칫 그의 길고도 험했던 프로야구 지도자 생활의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시대와의 불화를 마다하지 않고 풍파를 견뎌온 노 감독이 가는 길을 착잡한 심사로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

다시 ‘김성근’이 화두다. ‘야인(野人) 김성근’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지난 2년 간 한화 구단은 이래저래 화제의 중심에 늘 서 있었다. 물론 엄밀하게는 김성근 감독의 언행이 화제였지만. 이 시점에서 짚어볼 것은 ‘김성근 감독의 명예’다. 그 명예는 승부사로서의 김성근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그가 말했듯이,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내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화는 공교롭게도 한국 프로야구계를 이끌었던 ‘3김’ 지도자 가운데 김응룡(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김인식 제4회 WBC 대표팀 감독(현 KBO 총재 특보)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제 ‘3김’의 마지막주자 김성근 감독마저 그 전철을 밟는다면 그들에게 한화구단은 그야말로 ‘모진 구단’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한화구단, 김성근 감독의 실패는 2010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외국인 선수 운용과 토종 투수, 특히 선발 투수 양성 실패로 압축할 수 있다. 투수력이 팀의 명운을 좌우하는 절대요소로 전제하고 보자면, 한화는 2010년 이후 외국인 투수 가운데 10승 이상을 올렸던 투수가 2015년 탈보트(10승 11패) 단 한명에 그쳤다.
지난 7년간(2010~2016년)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통산 86승 116패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크다. 승수보다 패수가 훨씬 많았다는 것은 외국인 투수들의 효용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쯤 되면 일차적으로 한화구단의 스카우트 실패를 들먹일 수밖에 없다.
한화 구단의 국내 선수들 가운데 7년간 10승 대를 기록한 투수는 류현진(2010년 16승, 2011년 11승)과 2015년 안영명(10승)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선발투수 육성의 부진은 김성근 감독의 이른바 불펜 위주의 ‘벌떼야구’ 심화를 불러 일으켰다.
단편적으로 살펴본 한화 마운드의 흐름이었지만,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사실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신임 단장의 갈등과 마찰이 그동안 매스컴에 여과 없이 자주 불거지긴 했지만 박종훈 단장은 나름대로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된다. 외국인 투수들이 구단의 성적을 틀어쥐고 있는 KBO리그 현실에서 한화구단의 2017년 성적, 나아가 김성근 감독의 명예 회복도 그네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시범경기만을 놓고 보면 한화의 도미니카 태생의 두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두 투수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큰 자산이다.
한화 마운드의 제1선발로 낙점된 오간도는 몸값 180만 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왔다. 시범경기 3게임에 나가 7이닝, 노히트 무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31일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 선발에 더스틴 니퍼트와 맞겨루기를 할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으로 안정된 제구력이 강점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 27일 미디어데이에서 “0.2%가 부족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한만큼 두 외국인 투수가 ‘+0.2%’ 노릇을 해준다면, 한화의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희망적이다.
중국의 작가 루쉰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위의 길과 같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의 2017년 희망은 루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야구판의 많은 이들은 한화의 5강 진출을 올해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제 그런 예측은 부질없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손에 달렸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지도자가 지면된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