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마음에 드나요? 시범경기 새 외인 성적표(투수편)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27 06: 14

시범경기 성적은 의미 없다?
지난 14일 시작한 KBO리그 시범경기가 26일, 2주 만에 끝났다. kt가 1위, 삼성이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물론 이들 모두 “시범경기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시범경기 팀 성적표와 정규시즌 순위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개인 기록은 어떨까? 지난 시즌 KBO리그 시범경기 타격왕은 아롬 발디리스(前 삼성)였다. 그는 16경기서 타율 4할, 1홈런, 9타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시즌 시작과 동시에 슬럼프가 시작됐다. 부상을 이유로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여름부터는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전력 외’로 분류됐다. 그가 남긴 시즌 성적은 44경기 타율 2할6푼6리, 8홈런, 33타점으로 초라했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아예 없다’라고 보는 것도 무리한 시각. 마이클 보우덴(두산)은 지난해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했다. 볼넷 두 개를 내주는 동안 17탈삼진을 빼앗으며 시범경기 탈삼진왕에 올랐다. 시즌 시작도 전에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보우덴은 시즌 초반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주목받았고, 준수한 활약으로 올 시즌에도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범경기 성적은 성적과 직결되지도, 아예 무관하지도 않다. 다만 삼진과 볼넷 비율은 스트라이크존 적응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KBO리그 새 외인들의 시범경기 성적표를 살펴봤다.
▲ 이름값 한 괴물 투수들
외국인 선수 조각을 끝내며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은 단연 한화다. 한화는 외인 원투펀치를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로 꾸렸다. 두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330만 달러(약 37억 원). KBO리그 최고 수준이자 보기 드물게 과감한 투자다. ‘330만 달러’ 듀오의 순조로운 적응은 한화 5강행의 필수 조건으로 꼽혔다.
두 선수 모두 시범경기 내내 순조롭게 적응하며 기대를 모았다. 오간도는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해 7이닝을 소화하며 8탈삼진 1볼넷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0개로 노히트였다. 시범경기 특성상 TV중계가 없는 경우가 잦다. 한화 팬들은 오간도 등판 경기마다 중계가 없어 아쉬움을 삼켰다. 오간도는 최고 구속 152km에 달하는 빠른공을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그는 “구속은 몸 상태가 올라오면 구속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야누에바 역시 호투는 마찬가지. 그는 3경기 등판해 11이닝 4탈삼진 1볼넷,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했다. 특히 등판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모습. 세 번째 등판에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경력의 화려함으로는 제프 맨쉽(NC)도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선수다. 적응만 순조롭게 마친다면 KBO리그를 폭격할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맨쉽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해 8이닝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보다 빠른 투심 패스트볼로 관심을 모았다.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 수준급의 변화구 제구력을 갖춰 빠른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필수다. 시범경기에서는 5탈삼진 4볼넷을 기록했다.
▲ 반전의 ‘2선발급’ 투수
넥센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밟은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4년 삼성과 한국시리즈부터 지난해 고배를 맛본 준플레이오프까지, 승리한 경기 선발투수는 모두 앤디 밴헤켄이었다. 밴헤켄이 아니면 가을야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것. 밴헤켄의 파트너 외국인 선수가 인상 깊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 시즌은 ‘역대급’ 투자를 했다. 오설리반의 연봉은 110만 달러(약 12억 원). 넥센 외국인 선수 중 100만 달러를 넘긴 최초의 선수다. 넥센에서만큼은 일종의 유리천장처럼 여겨지던 100만 달러를 오설리반이 넘었다. 물론 오간도나 비야누에바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팀의 기대감이 드러나는 대목. 그러나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설리반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23.40으로 부진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일본 마운드가 물러서 그렇다”라며 애써 그를 옹호했다.
의문부호가 따랐던 것은 사실. 한국 무대에서는 달랐다. 오설리반은 시범경기 세 차례 선발등판, 13이닝 평균자책점 0.69로 맹활약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7명뿐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위. 눈여겨볼 건 탈삼진과 볼넷이다. 그는 14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2볼넷만을 내줬다. 실점도 4점이었지만 자책점은 1점뿐.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날에도 자신의 피칭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팻 딘 역시 마찬가지. KIA는 지난해 KBO리그 최다 이닝 투수 헥터 노에시에게 또 한 번 ‘에이스’의 중책을 맡겼다. 팻 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2선발. 연봉도 90만 달러로 헥터(170만 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성적은 달랐다. 팻 딘은 3경기에서 12⅔이닝을 소화하며 12탈삼진 2볼넷,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했다. 첫 등판서 2실점, 두 번째 등판은 1실점, 마지막 경기는 무실점으로 장식하는 등 갈수록 좋아졌다. 특히 마지막 경기서 5이닝을 던지며 7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최고구속도 140km대 후반을 넘나들었다. 그는 “나는 구속보다는 맞혀 잡는 스타일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주력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 ‘몸값=성적?’ 아쉬운 페트릭-마켈
삼성은 새 외인 투수로 재크 페트릭을 발표했다. 총액 45만 달러(약 5억 원). KBO리그 외국인 선수 전체 최저 금액이다. 국내 준척급 선수들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 연봉 5억 원 선은 가볍게 넘긴다. 비 FA 선수들 중에도 5억 원 이상 받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상당히 적은 금액이다. 그래서일까. 페트릭은 시범경기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페트릭은 두 차례 등판해 8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했다. 피안타가 13개였다. 탈삼진은 3개를 빼앗은 반면 사사구는 6개. 매 경기마다 몸에 맞는 볼을 한 차례씩 내줬다.
롯데의 파커 마켈 역시 52만5천 달러로 저연봉 투수. 페트릭에 이어 최저 2위다. 마켈은 지난 18일 LG와 경기에 한 차례 선발등판,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시차 적응으로 인한 수면 장애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성격이 예민한 편이다. 어느 정도 시차 적응을 끝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시범경기 한 차례 등판은 분명 부족하다. 정규시즌을 위한 적응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것. 개막까지 4일 남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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