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외국선수, 왜 MVP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나

[서정환의 사자후] 외국선수, 왜 MVP 후보로...
[OSEN=서정환 기자] 외국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MVP가 될 수 없는 리그가 KBL이다.


[OSEN=서정환 기자] 외국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MVP가 될 수 없는 리그가 KBL이다.

2016-2017 KCC 프로농구가 막바지다. 안양 KGC와 고양 오리온은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투고 있다. 서울 삼성과 울산 모비스는 각각 3,4위를 확정지었다. 원주 동부와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는 6강 두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KBL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일제히 정규리그 마지막 5경기를 치른다.

KGC의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한가운데 MVP는 오세근과 이정현의 안방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리온이나 삼성에는 MVP후보가 누가 있을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두 팀의 에이스는 애런 헤인즈와 리카르도 라틀리프다. 하지만 외국선수에게는 MVP를 주지 않는다. 후보로 고려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국내선수에게 MVP를 주자니 리그최고선수라고 부를만한 선수가 없다. 딜레마다. KGC도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MVP후보로 고려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다.

▲ 압도적인 성적의 외국선수들

이정현과 오세근은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정현은 평균 15.5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다. 오세근은 14.1점(국내선수 3위), 8.4리바운드(국내선수 1위) 등 국내최고센터로 자리를 굳혔다. 팀 성적까지 더해져 두 선수 중 MVP가 나올 것은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정현의 득점은 전체 12위에 해당된다. 오세근의 리바운드도 전체 8위다. 이 정도 지배력으로 이 선수들이 국내최고가 아닌 리그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팀 동료 데이비드 사이먼은 평균 23.3점(리그 5위), 9.8리바운드(리그 5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모두 리그 다섯 손가락에 드는 선수는 사이먼과 라틀리프(23.3점 4위, 13.2리바운드 2위) 단 두 명뿐이다. KGC가 정규리그 우승을 한다면 사이먼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MVP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가 외국선수이기 때문이다.


평균 23.8점을 올려 득점 2위로 오리온을 상위권으로 이끈 애런 헤인즈, 32회 연속 더블더블로 KBL 기록을 갈아치운 라틀리프 모두 마찬가지다. 외국선수라는 신분인 이상 한국 기자들의 투표로 MVP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 매체는 투표권이 없다.

▲ MVP의 의미가 잘못 해석된 KBL

KBL은 2011-12시즌부터 3년 간 외국선수상을 폐지했다. 국내선수와 외국선수를 합쳐 통합 MVP를 뽑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SK는 2012-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2.1점, 4.9어시스트를 올린 김선형이 MVP가 됐다. 문경은 감독이 그렇게 작전시간마다 애타게 찾았던 애런 헤인즈(19.1점, 8.4리바운드)는 팀내 에이스 역할을 하고도 MVP가 되지 못했다. 2013-14시즌도 마찬가지였다. LG의 정규리그 우승이 과연 데이본 제퍼슨 없이 가능했을까. MVP는 문태종이 받았다.


MVP투표에서 문태종은 총 98표 중 71표를 얻었다. 2위는 22표를 얻은 조성민이었다. 나머지 5표 중 김선형이 3표, 양동근이 1표, 데이본 제퍼슨이 1표를 얻었다. 기자들이 제퍼슨을 적어도 후보로 고려했다면 적어도 문태종에 준하는 득표수가 나왔어야 했다. 외국선수는 실력을 떠나 애초에 MVP로 뽑을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논란이 되자 KBL은 2014-15시즌부터 외국선수상을 부활시켰다. MVP를 외국선수에게 줄 수는 없으니 외국선수상으로 만족하라는 의미다. MVP는 여전히 국내선수들의 전유물이다. 그렇다면 MVP(Most Valuable Player)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다. 외국선수를 무조건 배제하는 MVP라면 국내최고선수상(Most Valuable Domestic Player)으로 고쳐야 마땅하다.

제대로 통합 MVP를 줄 경우 외국선수들이 상을 독식할 것을 우려한 판단이다. 실제로 MVP를 받았던 국내선수 중 외국선수를 포함해 리그최고선수의 자격이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국선수들에게 서슴없이 ‘용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 봐도 농구계에서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외국선수들은 한국에서 뛴다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감수하고 있다.

2015년 올스타전에서 라틀리프는 29점, 23리바운드로 올스타전 첫 20-20을 달성했다. 그런데 16점, 6어시스트의 김선형이 2년 연속 MVP가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국내선수인 김선형에게 표가 쏠린 것. 경기 후 라틀리프는 “외국선수에 대한 차별”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사건 후 라틀리프는 한동안 한국 취재진에게 강한 반감을 보였다. 인터뷰에서도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도 마찬가지다. 챔프전 평균 23점, 7어시스트, 1.3스틸을 해낸 조 잭슨이 이승현(14.2점, 5.5리바운드)에게 밀렸다. 물론 이승현이 하승진을 수비하는 등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 잭슨의 엄청난 임팩트에 미치지는 못했다. 잭슨이 외국선수라는 점이 기자단 투표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잭슨은 우승축하연에서 “내가 진정한 MVP다”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2016시즌 프로야구 MVP는 더스틴 니퍼트(36, 두산)에게 돌아갔다. 니퍼트는 28경기에 나와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그는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 승률 1위를 휩쓸었다. 그 결과 최형우를 제치고 MVP에 올랐다. 최고의 선수에게 MVP를 주면서 KBO리그의 가치 또한 상승했다. 니퍼트가 외국선수라는 이유로 MVP를 받지 못했다면 후폭풍이 엄청났을 것이다.


▲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MVP를 줄 텐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귀화가 추진되고 있다. 대표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근거로 KBL과 농구협회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KBL에서 향후 그의 신분을 계속 외국선수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내선수로 취급해 해당 팀이 외국선수를 한 명 더 뽑게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삼성과 1년 남은 계약기간을 인정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라틀리프 한 명으로 리그전체의 전력균형이 단번에 붕괴될 수 있다.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라틀리프가 한국국적을 취득해 KBL에서 계속 뛴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올 시즌처럼 압도적인 성적을 내 최고센터로 군림한다면 과연 MVP를 줄 것인가. MVP를 준다면 그간 KBL과 국내취재진이 그를 외국선수라는 이유로 차별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 된다. MVP를 주지 않는다면 라틀리프는 한국국적을 얻고도 여전히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외국선수도 똑같은 수상자격을 갖고 뛰는 선수다. ‘흑인은 원래 농구를 잘하니까’라는 논리로 그들을 배제한다면 스스로 상의 권위를 깎는 격이다. 정녕 외국선수에게 MVP를 주지 않을 바에는 MVP라는 명칭을 '국내최고선수상'으로 변경해야 하지 않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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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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