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반환점 시범경기, 코리안 빅리거 기상도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14 10: 01

어느덧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가 시작한지 보름이 지나며 반환점을 돌았다.
여덟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각기 다른 신분으로 이번 시범경기를 준비했다. 주전 자리가 유력한 선수는 많지 않았지만, 마냥 먹구름만 끼었던 선수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절반을 지나며 서서히 주전과 비주전의 윤곽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시범경기 기상도를 살펴봤다. (모든 기록은 13일 자정 기준)
▲ ‘햇볕 쨍쨍’ 김현수와 오승환

김현수(30·볼티모어)는 지난해 시범경기서 타율 1할7푼8리(45타수 8안타)에 그쳤다. 부진한 그가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발동하자 홈팬들은 개막전서 김현수에게 야유를 보냈다. 김현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초반부터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수는 올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33타수 9안타), 4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일 이후 무려 10경기 연속 선발 출전 중이다. 주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좌투수를 상대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김현수는 우투수 상대로 타율 2할9푼(31타수 9안타)으로 괜찮지만 좌투수에게는 2타수 무안타다. 표본이 적기 때문에 무안타는 큰 의미 없다. 그렇지만 시범경기에서 좌투수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김현수가 주전 좌익수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는 것만은 분명하다.
1경기 등판 1이닝 2피홈런 3자책점. 시범경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이 투수의 기록을 보고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승환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 직전인 26일 마이애미전에 등판했지만 부진했다. 그러나 “예방주사라고 생각한다. 크게 신경 안 쓴다”라며 초연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WBC 2경기 등판해 3⅓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MLB.com’은 대만전 오승환의 등판을 보고 “대만의 날카로운 스윙이 오승환 앞에서 멈췄다“라며 “그는 세계 최정상급 구원투수로 뜨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그가 일찍 돌아와 기쁘다”라고 밝혔다. 오승환은 14일 팀에 합류한다.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기만 해도 마무리 투수는 그의 몫이다.
▲ ‘흐린 뒤 갬’ 류현진과 박병호
오랜 기다림이었다. 류현진(30·LA 다저스)은 12일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와 경기 이후 247일만의 복귀. 그는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26개. 최고 구속은 88~91마일(약 140km~146km)이었다. 류현진은 투구 직후 “아프지 않다. 지금의 건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복귀 때마다 발목을 잡던 구속이 90마일을 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재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를 위시한 4선발진이 탄탄하다. 류현진은 5선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 복귀전 호투가 반가운 이유다. 게다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 스캇 카즈미어가 여전히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는 점도 류현진에게는 긍정적 요소다.
박병호(31·미네소타)는 2월초 방출대기(DFA, 양도선수지명) 신분으로 격하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국 홈런왕’의 신분이 마이너리거로 전락한 것. 그러나 박병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4할9리(22타수 9안타), 3홈런, 6타점, 6득점을 기록 중이다. 팀내 홈런 1위이자 2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타율 1위. 경쟁자 케니스 바르가스의 부진도 호재다. 바르가스는 6경기서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치고 있다. 미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도 “만약 팀이 주전 경쟁을 공정하게 한다면 박병호는 바르가스보다 앞선다”라고 주장했다.
▲ ‘먹구름’ 황재균 & ‘장대비’ 추신수와 최지만
꿈을 좇아 미국을 밟은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그는 MLB에서도 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황재균은 12경기에서 타율 3할4리(23타수 7안타), 3홈런, 7타점, 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팀내 1위다.
그러나 경쟁자 코너 길라스피의 방망이가 더 뜨겁다. 길라스피는 6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2홈런, 7타점, 6득점을 기록 중이다. 같은 값이라면 초청 선수 황재균보다 길라스피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눈도장만큼은 제대로 찍고 있다. ‘시즌 중반에라도 기회를 노리겠다’던 그의 각오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염원하던 MLB도 꿈이 아니다.
황재균이 팀 사정 탓에 먹구름이라면 추신수(35·텍사스)와 최지만(26·뉴욕 양키스)은 본인의 부진으로 장대비가 몰아치고 있다. 추신수는 7경기 출장해 타율 1할4푼3리(14타수 2안타), 최지만은 11경기에서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2타점에 그치고 있다. 다만, 추신수와 최지만의 입장은 다르다. ‘고액 연봉자’ 추신수는 팀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경기에 내보내야 한다. 반면, 초청 선수 신분인 최지만의 부진은 양키스의 과감한 결정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 ‘천둥을 동반한 폭우’ 강정호
강정호(30·피츠버그)는 음주운전 송사 탓에 아직 미국행 비행기조차 오르지 못했다. 집행유예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항소를 결정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선택이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도 “취업비자 발급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소식도 있다. 지역 언론 ‘피츠버그 트리뷴-리뷰’의 구단 담당기자 랍 비어템펠은 13일(한국시간) SNS에 “모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의 비자 문제는 다음 주(한국시간 이번 주)에 희망적으로 해결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해도 구단 자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MLB 사무국의 알코올 이수 프로그램 소화도 유력하다. 이래저래 개막전 출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몸만들기에 완전히 실패할 경우 올 시즌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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