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지난 10년 KBO 최고 공격력 TOP 10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2 06: 03

KBO 리그에서 지난 10년은 투수와 타자들이 번갈아가며 득세한 시기였다. 초반은 투수들이 좀 더 힘을 냈다면, 2014년을 기점으로 리그는 완연한 타고투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수들의 기량 저하를 원인으로 뽑는 이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폭이 컸던 타자들의 기량 향상과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을 원인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흐름이 적잖이 바뀐 이 10년 동안 가장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낸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지난 10년간 RC/27(동일타자가 아웃카운트 27개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추정 득점)은 적어도 타석에서의 생산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수비가 배제돼 전반적인 타자의 능력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10년간 KBO 리그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임은 충분히 확인된다. 10년의 흐름을 관찰하기 위해 2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최고 타자 10명을 뽑았다.

10. 나성범(NC), 2269타석, RC/27 7.51
연세대 시절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낸 나성범은 프로 입단 후 김경문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타자로 완전히 전향했다. 김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프로에서 네 시즌만 보내 표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나성범은 통산 타율 3할5리, OPS(출루율+장타율) 0.893, 94홈런, 413타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중·장거리 타자로 우뚝 섰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은 다음 진출 기대주로 나성범을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9. 손아섭(롯데), 4214타석, RC/27 7.53
2007년 프로에 데뷔해 딱 10년을 채운 선수로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10년 동안 총 1188안타를 때렸고 타율 3할2푼3리와 131도루를 기록했다. 2014년 3할6푼2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2010년 이후로는 매년 3할 이상을 쳤으며 장타율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44경기에 모두 나가 개인 최다인 186안타를 쳤다. 발이 빠른 선수로 200안타 후보에 항상 포함되는 선수다.
8. 김현수(두산), 4768타석, RC/27 7.59
‘타격기계’로 불렸을 정도로 안타생산능력에서는 항상 리그 정상급 선수로 평가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도 맹활약했다. 김현수는 2007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5년까지 총 1294안타를 때렸는데 이는 한 시즌을 빼고도 지난 10년간 리그 4위 기록이다. 여기에 142개의 홈런과 771타점을 기록하는 등 중·장거리 타자로 발돋움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규정타석에 한참 모자라기는 했지만 지난해 MLB 첫 시즌에도 3할2리를 기록하며 명성을 재과시했다.
7. 김동주(두산), 2657타석, RC/27 7.62
한때 ‘국가대표 4번 타자’의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던 김동주의 전성기는 대개 2000년대 초반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2007년은 김동주가 만 31세가 되는 시즌이었고, 2011년 이후로는 공격 생산력이 뚝 떨어진 가운데 마지막 2년은 리그 평균 이하의 생산력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주가 이 순위에서 7위에 올라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공격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대변하는 사례다. 경기장이 큰 잠실을 홈으로 쓰는 상대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두산 타선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만한 타자가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6. 최정(SK), 4704타석, RC/27 7.68
다른 타자들은 다소간 부침이 있었거나, 혹은 해외 진출 때문에 KBO 리그 기록에 이가 빠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정은 2007년 전성기를 시작해 2016년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알찬 10년을 보냈다. RC/27에서는 6위에 있지만, 누적 기록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다. 2014~2015년 부상 악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홈런 2위(212개), 타점 3위(747개)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성적만 놓고 볼 때 200홈런-100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오직 최정 뿐이다.
5. 박석민(삼성-NC), 4381타석, RC/27 8.10
최정과 최근 최고 3루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으며, 앞으로도 계속 다툴 가능성이 높은 선수. 2016년 NC와 계약을 맺을 당시는 야수 FA 최고액(4년 96억 원)을 썼다. 10년간 기록을 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선수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박석민은 이 기간 중 194개의 홈런(동일기간 4위)과 735타점(4위)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타자로 꾸준하게 활약했다. 2012년부터는 매년 3할 이상과 18개 이상의 대포를 터뜨리고 있다.
4. 최형우(삼성-KIA 이적), 4850타석, RC/27 8.28
리그를 대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이자,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연 선수. 자타가 공인하는 2016년 최고의 타자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전성기를 열어젖힌 최형우는 정확도와 장타력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선수이기도 하다. 최형우는 이 기간 중 최다안타 3위, 홈런 1위, 타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개인 최고 기록을 다시 쓰는 등 노쇠화보다는 더 물이 오른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3. 박병호(LG-넥센), 2944타석, RC/27 9.06
박병호는 LG 시절 미완의 대기였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군 복무와 팀 내 경쟁 도태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4년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박병호가 KBO 리그에 남긴 성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2012·2013년 2년 연속 리그 최우수선수(MVP), 그리고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휩쓴 박병호는 이 기간 중 7시즌만 뛰면서도 200홈런을 넘긴(202홈런) 리그 유일의 타자다. 이 기간 중 장타율은 0.595로 단연 리그 1위. KBO 홈런왕 계보를 잇는 선수로 짧은 기간 강한 인상을 남기고 MLB 진출에 성공했다.
2. 이대호(롯데), 2712타석, RC/27 9.24
2010년 역사적인 타격 7관왕의 주인공. 20년 뒤, 이대호를 KBO 리그의 전설 중 하나로 기억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2007년부터 일본 진출 직전인 2011년까지 딱 5시즌을 KBO 리그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호는 146개의 홈런과 527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타율 3할3푼1리는 동갑내기 김태균(.336)에 이은 리그 2위. 이 기록은 KBO 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기를 함께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더 대단하다. 만약 이대호가 최근 3년간 KBO 리그에서 활약했다면 1위의 주인공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1. 김태균(한화), 3991타석, RC/27 9.62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는 선수이자, 양준혁-이승엽의 뒤를 이어 KBO 리그의 역대 누적 기록을 상당수 바꿀 유력한 후보다. 잠시 일본에 나갔던 2년(2010~2011)을 제외한 8시즌에서 타율 3할3푼6리, 출루율 4할4푼8리, OPS 0.993, 159홈런, 69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은 이 기간 리그 1위, OPS는 박병호-이대호에 이은 3위이며 두 시즌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홈런·루타·타점에서도 모두 TOP 10에 속해있다. 629개의 볼넷 또한 1위다. /skullboy@osen.co.kr
[기록제공] 스포츠투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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