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무늬만 FIBA룰’ 경기 맥 끊는 심판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1.31 06: 11

‘가만히 놔두면 명승부가 될 경기였는데......’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아쉬운 소리가 나오고 있다. KBL은 지난 2014-15시즌부터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전격 도입했다. 강력한 몸싸움이 허용되는 FIBA룰을 도입해 프로농구 흥미를 돋우고, 국가대표팀 국제경쟁력까지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공인구까지 몰텐으로 바꿨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KBL의 파울콜은 여전히 FIBA 수준과 거리가 있다. 각종 로컬룰까지 도입돼 FIBA룰 도입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 쓸데없는 FIBA 규칙적용...프로농구 맞나?
FIBA룰은 기본적으로 대표팀이나 클럽팀들 간의 국가대항전을 위한 규칙이다.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농구와는 차이점이 있다. KBL이 FIBA룰을 도입한 것은 몸싸움의 강도를 국제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FIBA룰이 프로농구 운영과 배척되는 경우가 있다.
KBL은 FIBA룰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 벤치에 12명의 출전선수만 앉도록 바꾼 경우가 대표적. 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은 벤치에 앉지 못해 관중석으로 밀려났다. 입장권 한 장이라도 팬들에게 더 팔아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썩 좋은 장면은 아니다. 후보 선수들도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한다. 경기 중 고정자전거를 타는 등 몸을 풀 수 없어 경기력에 지장이 있다.
KBL은 처음에 ‘고정자전거를 타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이에 구단에서 ‘그럼 후보 선수 수만큼 자전거를 사야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나중에는 아예 벤치를 이탈해 몸을 푸는 행동 자체를 금지했다. 선수들은 ‘구원투수가 불펜투구 없이 바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기분’이라고 호소한다.
KBL은 지난 시즌부터 외국선수 비중을 늘리며 2명 동시 투입을 허용했다. 수준급 국내 빅맨들도 1,4쿼터 출전에 그치는 현실이다.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김준일은 “3쿼터 5분만 남으면 불안했다. 몸이 식었는데 갑자기 4쿼터를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FIBA룰로 바뀌면서 선수들이 직접 작전시간을 요청할 수도 없다. 벤치에서 긴급한 시점에 작전시간을 요청했는데 운영진과 사인이 맞지 않아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A 감독은 “프로농구는 흥행이 목적이다. 다양한 작전을 위해서도 선수들이 작전시간을 요청할 수 있도록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속공파울’, ‘페이크 파울’ 로컬룰 난무
그렇다면 FIBA룰 도입 후 원하던 국제수준의 강력한 몸싸움은 나오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KBL은 여전히 옷깃만 스쳐도 파울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파울이 잦다보니 선수들이 ‘공격자파울 유도’ 등 몸을 이용하는 터프한 플레이를 하기보다 파울을 유도하려는 제스처가 더 많다. 과한 동작으로 파울을 유도하려는 ‘플라핑’(flopping), 일명 할리우드 액션이 대표적이다.
심판이 제대로 판정을 하면 선수가 플라핑을 하면 오히려 손해다. 넘어져도 심판이 파울을 불어주지 않으면 한 골만 허용하는 셈이기 때문. 하지만 KBL은 몸싸움을 제대로 불기보다 플라핑을 단속하는 쪽을 선택했다. 플라핑을 실시간으로 잡아내 자유투 1구와 공격권까지 주겠다는 것. 일명 ‘페이크 파울’의 도입이다.
NBA에서도 플라핑을 징계한다. 단 사후 비디오판독을 통해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잡아낸다. 또 선수와 구단에 비디오자료를 제시하며 이를 통보하도록 돼있다. 홈페이지에도 이를 남겨 다른 선수들에게 교보재로 삼는다. ‘어설픈 파울을 하면 벌금도 물리고 개망신을 주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KBL은 플라핑을 실시간으로 잡아내려 한다. NBA도 못하는 일을 KBL이 하고 있다. 일반 판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KBL 심판이 플라핑을 실시간으로 잡아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페이크 파울이 나오면 첫 번째는 구두 경고를 하고, 두 번째 상대 팀에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준다. KBL 심판들도 적용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KCC 대 KGC전 종료 1분21초 전 KCC 리오 라이온스의 두 번째 페이크 파울이 나온 이후 KGC인삼공사의 한희원이 득점에 성공했다. 심판진이 한희원의 득점을 인정한 후 KGC인삼공사에 자유투까지 줘 논란이 일었다.
12월 22일 kt와 모비스전 전반 종료 50초를 남기고 모비스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두 번째 페이크 파울이 발생한 이후 허버트 힐이 넣은 2점슛이 인정됐다가 취소됐다. 당시에도 심판진은 힐의 득점을 인정한 후 kt에 자유투를 줬다. 결국 해당 심판진은 출장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다.
지난 1월 25일 모비스 대 삼성전에서는 막판 승부처에서 페이크 파울이 쏟아졌다. 정당한 몸싸움에서 밀려난 선수에게 페이크 파울이 선언됐다. 경기가 자주 끊기고 자유투가 선언되면서 승부에 맥이 풀렸다는 말이 나왔다. ‘가만히 놔두면 명승부가 될 경기를 심판이 망쳤다’는 말이 나왔다.
속공파울도 같은 맥락이다. FIBA룰에서도 속공을 뒤에서 의도적으로 끊었을 경우 언스포츠맨 라이크 파울(Unsportsmanlike foul)로 간주해 자유투 2구와 공격권을 준다. 하지만 U파울, 속공파울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다. KBL의 로컬룰이라고 할 수 있다.
KBL이 이 파울을 도입한 것은 속공을 끊었을 경우, 더 큰 손해를 입기에 그냥 속공을 놔두라는 의미다. 그래야 덩크슛 등 화려한 플레이가 나오기 때문. 하지만 이와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감독들이 끊임없이 ‘U파울 아니냐’며 비디오를 보자고 요구하고 있다. U파울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보는 팬 입장에서는 경기흐름이 자주 끊겨 짜증이 날 법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사진 속 심판은 본문내용과 관계없음.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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