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박명수의 무단사용 논란, ‘탈랄라’? ‘탈날라’?

[Oh!쎈 초점]박명수의 무단사용 논란,...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저러다 터질 텐데’라는...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저러다 터질 텐데’라는 우려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코미디나 예능의 소재로 지금까지도 종종 쓰이는 이유다. 그건 노파심이나 기우와는 좀 다른 경우다. 이번 박명수의 외국 곡 및 방송 무단사용 논란이 그런 느낌을 준다.

박명수는 1992년 KBS FD로 방송 일을 시작해 1995년 MBC에서 개그맨으로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연예인으로 신분을 바꾼 데 성공한 뒤 다양한 채널을 주름잡는 예능인이 됐고, 가수활동까지 병행했으며, DJ G Park으로까지 다방면에 걸친 능력을 과시중이다. 그런데 최근 공연에서 쥬웰즈&스팍스가 발표한 ‘그랜드 오페라(Grande Opera)’를 트는가 하면 해외 유명 DJ 하드웰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하드웰 온에어’에서 하드웰이 코멘트를 담아 내보낸 곡을 그대로 틀어 정식으로 음원을 구입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박명수는 발 빠르게 인스타그램에 “일단 선곡이 잘못된 건 맞습니다. 대형클럽 옥타곤에서는 불법 다운 파일은 음질 저하(문제)로 사용치 않고 aiff파일을 대부분 사용합니다. 순간적으로 선곡을 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습니다. 앞으론 좀 더 선곡에 신경 쓰겠습니다. 하드웰과 원작자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더 좋은 set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대응했으나 화재를 진압하기보단 더 키웠다.

DJ 제로는 “하드웰 온에어 aiff 파일도 가지고 있다니. 대단한 명수옹. 아니면 128k를 aiff로 바꾸는 연금술을 하시나”라고 비꼬며 “선곡 실수라기엔... 다음 플레이할 곡을 사전 모니터링 안 하나? 다른 디제이들 밥줄까지 뺏어가며 저러고 싶을까. 박명수 디제이 그냥 그만두세요”라고 덧붙였다.

aiff는 퍼스널 컴퓨터와 기타 오디오 전자 장비에서 소리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오디오 파일 형식으로 주로 고품질 오디오 CD를 만들 때 사용한다.

박명수의 글에 원작자를 향한 사과 및 음악인으로서의 진정성이 담긴 반성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누리꾼의 반응. 그냥 국내 팬들을 겨냥한 듯 무미건조한 해명만 허공에 날리는 것 같은 인상이 짙다는 게 다수의 시큰둥한 피드백이다.

만약 박명수가 그냥 MBC ‘무한도전’에 나와서 유재석의 ‘라인’을 타고 ‘만년 2인자’ 이미지로 시청자를 웃기는 개그맨 혹은 방송인의 역할만 했다면 이번 일은 단순한 애교나 최소한 해프닝 수준에서 넘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그가 음악인으로 당당하게 활동해온 경력에 있다.

그는 1999년 1집 음반을 낸 뒤 꾸준하게 정규 및 프로젝트 음반 및 음원을 발표하는 가운데 직접 작곡 및 프로듀싱했다는 점을 강조한 당당한 음악인이다.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까지 라디오DJ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특히 DJ G-Park이라는 이름으로 공연DJ 활동도 병행해온 게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클럽DJ는 단순히 기존 음반을 선곡해 트는 음악감상실이나 라디오의 DJ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나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등 빅히트곡을 여럿 보유한 김창환이 대표적인 클럽DJ 출신 프로듀서인데 이들은 다운타운 활동 때 이미 절반의 창작자였다. 클론의 구준엽이 DJ KOO로 활동하고, 양현석이 가끔 자신의 클럽 무대에 오르는 자격은 댄서가 아니라 뮤지션이다.

더구나 박명수는 신곡을 낼 때 자신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전면에 홍보수단으로 내걸 정도로 자신감을 펼친 ‘음악인’이다.

그는 1990년대 예능천국이던 MBC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의지의 개그맨’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 인물이다. 당시 이홍렬과 이경규라는 거물급 선배들의 존재감이 워낙 거대했고, ‘적자’인 서경석 김진수 등과 KBS에서 건너온 ‘서자’ 김국진과 김용만, 그리고 비정통 개그맨 출신인 이휘재와 강호동의 입지가 워낙 강해 설자리가 녹록치 않았던 상황. 그러나 그는 끈기와 오기로 버틴 끝에 매해 성장했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이승철 닮은꼴’ 개그와 더불어 가수활동의 병행이 그의 주가를 높인 보조동력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때 그는 생활이 여유롭지 못해 여의도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다는 내용을 개그소재로 삼기도 했다. 이런 생계형 개그 역시 그에 대한 지지도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아쉬울 게 없다. 유재석 강호동이 부럽지 않다. 행복한 가정도 꾸렸고, 아내의 재테크 솜씨가 만만치 않아 수십~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가 됐다.

그는 ‘무한도전’ 등의 고정출연 외에도 확장된 플랫폼과 산발되는 프로그램의 섭외에 몸살을 앓을 지경일 것이다. ‘무한도전’만 해도 기획회의와 녹화 외에도 수시로 음원을 발표하며 바쁜 그다.

작가가 있긴 하지만 개그 및 예능은 출연자들의 아이디어와 개성, 즉 일종의 창작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배우도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 외에 스스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작업을 순수한 크리에이터의 고뇌와 창의의 동일선상에 놓기는 좀 곤란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박명수는 싱어 송라이터로서 조용필이나 서태지나 이승철과 비교될 수 없다. DJ로서도 유사하다. 물론 개그맨이나 예능인으로선 누가 뭐래도 정상이다. 하지만 예능의 대세가 수시로 바뀌고, KBS2 ‘개그콘서트’를 주름잡던 그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를 정도로 세대교체가 급물살이라는 점을 보면 한 가지 일에 매진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조용필은 딱 영화 한 편에 출연하고 말았다. 안성기는 그동안 드라마에 나왔으면 엄청난 부를 쌓았을 테고,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도 무척 바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고 이주일은 딱 한 번으로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정치판을 떠나며 “코미디 잘 배우고 간다”는 말을 남겼다. 이런 선배들의 행보는 겸손이고 주제파악이자 순수함에 대한 열정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홍콩스타 청룽(성룡)은 배우 겸 가수지만 그를 가수로 인식하는 국내 팬은 별로 없다. 그의 국내 히트곡도 없다. 그가 내한할 때 신곡을 홍보한 적도 없다.

예전에 빅뱅의 지드래곤은 “박명수 형의 열정은 알지만 노래의 흐름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데나 (EDM을) 막 갖다 붙인다”라는 의미심장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패착(敗着)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의 ‘선진편’에서 공자는 제자에게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과유불급)고 가르쳤다. 패착은 패인이 되는 결정적인 악수(惡手)를 뜻하는 바둑용어다.

박명수는 과거에 저작권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그의 노래 ‘탈랄라’에서 기인한 ‘불법복제 탈날라’였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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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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