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코어매거진 “잠시 휴식, 화려해진 후 다시 돌아오겠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12.09 16: 15

[OSEN=김관명칼럼] 밴드 코어매거진(CoreMagaZinE. 기타 류정헌, 키보드 강민규)이 잠정 휴식을 선언했다. 재충전해서 다시 멋있고 화려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맞다. 코어매거진은 ‘화려한’ 밴드였다. 특히 무대에서 보여준 그들만의 ‘댄서블 신스록’ 사운드는 진정 흥겨웠다. 하지만 8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들은 최근 나온 EP 앨범 ‘NAP’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터뷰 기사에 앞서 다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코어’ 하면서 ‘매거진’했던 이들의 강렬한 활동연대기다.

1998년 = 결성(기타 류정헌 박상욱, 보컬 곽창훈, 베이스 이승엽, 드럼 임종길)
1999년 = 제1회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 고수 발탁
2000년 = 서태지밴드 전국 투어 참가
2002년 = 서태지가 세운 인디레이블 괴수인디진 소속(넬, 피아와 한솥밥)
2003년 = 린킨파크 내한공연 게스트 무대, 이후 멤버들 군입대로 잠정 휴식
2010년 = 재결성(기타 류정헌, 보컬 이정호, 베이스 이동훈)
2012년 5월 = EP ‘PEEP’ 발매(기타 류정헌, 보컬 이정호, 베이스 이동훈 + 객원 드럼 디알)
2012년 9월 =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합세해 5인조로 확대
2012년 10월 = CJ문화재단 아지트 ‘튠업 신인 아티스트’ 선정
2012년 12월 = EBS 스페이스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수상
2013년 2월 = EP ‘PEEP’ 리마스터링 발매(기타 류정헌, 보컬 이정호, 베이스 이동훈,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2014년 7월 = 1집 ‘Rude Banquet’ 발매(기타 류정헌, 보컬 송인학, 베이스 이동훈,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2015년 7월 = 싱글 ‘Hot Girl’ 발매
2015년 12월 = 싱글 ‘가을전언’ 발매(기타 류정헌,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 객원보컬 백경호)
2016년 3월 = 싱글 ‘겨울화답’ 발매(기타 류정헌,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 객원보컬 강이채)
2016년 5월 = 싱글 ‘Blue And Yellow’ 발매(기타 류정헌, 드럼 김기원, 키보드 강민규 + 객원보컬 백경호)
2016년 11월 = 싱글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발매(기타 류정헌, 키보드 강민규 + 객원보컬 백경호)
2016년 12월 = EP ‘NAP’ 발매(기타 류정헌, 키보드 강민규 + 객원보컬 백경호 이지향)
= 새 앨범(NAP) 잘 들었다. 음악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이 얘기는 나중에 같이 노래를 들으면서 자세히 하기로 하고. 일단 앨범 재킷의 키스 사진부터. ‘남자 남자’인가, ‘남자 여자’인가. 
(류정헌) “하하. 오늘도 멜론에서 논쟁이 붙었더라. 남남커플이라고. 하지만 난 의심의 여지없이 남녀커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코어매거진 앨범 4장의 재킷 디자인을 해준 친구의 작업실에 예전부터 걸려 있던 그림이다. 쓸쓸하고 차가운 이번 앨범 분위기와 잘 맞는 것 같아 쓰게 됐다.”
= 첫곡부터 들어보자. ‘The Night’이라는 연주곡이다. 연주곡을 앞세운 이유가 있나.
(류정헌) “다음에 나오는 ‘회복의 밤’의 미니멀한 피아노 버전이다. 사실 이 곡은 유희열에 대한 오마주다. (2014년에 나온) 토이 6집에 ‘피아노’라는 연주곡이 들어있다. 토이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이번 앨범은 아예 듣기 편한 쪽으로 간 것이기도 해서 연주곡을 처음에 넣었다. 민규의 피아노가 부각될 필요도 있었다.”
(강민규) “다음 트랙을 염두에 두고 쳤다. 토이 느낌이 나도록 신경썼다.”
= ‘회복의 밤’이다. 보컬을 맡은 백경호와 이지향 소개 좀 부탁한다.
(류정헌) 두 사람은 2015년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처음 봤다. 그때 내가 정원영 밴드의 객원멤버로 참여했는데, 백경호와 이지향이 함께 무대에 올랐던 거다. 그때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백경호는 그 후 줄곧 코어매거진의 객원보컬로 활약했다. 토이의 김연우 같은 존재다. 그리고 이지향은 이 노래를 남녀듀엣곡으로 하고 싶어서 부탁했다. 경호랑 목소리도 잘 어울리고, 둘 다 같은 대학 출신이라 호흡도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는 이지향이 소속된 밴드 향니가 코어매거진과 같은 CJ 튠업 출신이라 몇번 마주친 적이 있다. 정원영밴드에서 블루지하고 쓸쓸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꼭 한번 진지한 노래를 같이 해보고 싶었다.”
= 지금 나오는 드럼은 누가 친 건가.
(류정헌) “컴퓨터다(웃음). 다 찍었다.”
= 두 사람으로 밴드를 꾸려간 것은 얼마나 됐나.
(강민규) 같이 한 것은 4년이고, 둘만 활동한 것은 채 1년이 안된다. 보컬이 없어진 것은 1년반 정도?
= 보컬(송인학)은 왜 떠났나.
(류정헌) “밴드를 같이 3,4년 하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생기는 것 같다.”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는 싱글로도 나온 곡이다.
(류정헌) “빛과 소금의 원곡을 코어매거진의 색깔로 만져본 곡이다. 사실 우리 공연에서는 하기 힘든 노래인데, 객원보컬 백경호를 영입하고서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지난 6월 이승환씨가 열어준 ‘차카케 살자’ 공연에서 그냥 해버렸다(웃음). 경호가 워낙 발라드와 잘 어울리니까. 어쨌든 반응이 좋았다.”
= 남보라의 뮤직비디오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류정헌) “윤순표 감독이 그러더라. ‘형, 이 노래는 그냥 배우 표정만 찍자. 초고속 카메라로 찍어서 돌리자’고. 20분만에 촬영이 끝났다. 남보라 배우가 앉자마자 우는데 깜짝 놀랐다.”
= 남보라는 어떻게 섭외했나.
(류정헌) “윤순표 감독이 또 그러더라. ‘형, 남보라 알아? 매니저가 내 친구야’”
= 참으로 재미있는 사연이다(웃음). 그런데 곡에서 기타 소리가 잘 안들린다. 개인적으로 잘 적응이 안되고 있다.
(류정헌)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기타가 많이 안나선다. 시끄러운 기타소리도 이제는 지겨워졌다. 원래 밴드 소리라는 것은 멤버가 다 있어야 합주도 계속 하고 편곡도 하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우린 현재 그런 걸 못하니까 미니멀하게 간 것이다.”
(강민규) “듣는 사람들이 보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피아노를 쳤다. 좀더 몽환적이 느낌이 나도록 나중에 효과를 좀 넣긴 했다.”
= ‘아무래도 괜찮아’의 여성보컬은 누구인가.
(류정헌) “송희란이라는 솔로 싱어송라이터다. 민규의 대학 선배다. 분위기가 있다. 노래 막판의 웃음소리는 원래 녹음하다 실수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거 좋은데’ 싶어 그냥 일부러 살렸다.”
= ‘가을전언’, 이 노래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가을전어’가 연상된다(웃음).
(강민규) “다들 그러시더라. ‘아무래도 괜찮아’는 ‘암울해도 괜찮아’라고도 하신다(웃음).”
= 내일(12월9일) 공연이 있다고 들었다. 공연도 앨범처럼 조용한 분위기로 하는 건가.
(류정헌) “맞다. 공연장이 전부 좌석제다(웃음). 오프닝 때 ‘오늘 목표는 너희들을 모두 다 재우는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다(웃음). 백경호 이지향은 나오고 송희란은 안나온다.”
= 마침 앨범 제목이 ‘낮잠’을 뜻하는 ‘NAP’이다.
(류정헌) “저희가 이 앨범 내고 당분간 활동을 안할 것이라서 그렇제 지었다. 쉬는 동안 민규랑 정규 2집을 착실히 준비할 것이다.”
= 왜 쉬려고 하나.
(류정헌) “1년동안 2인 체제, 세션 체제로 인디밴드 공연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계속 부탁해야 하고, 세션비를 팍팍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어쨌든 정규 2집이 완성되면,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보컬이 구해진다면 다시 신나게, 코어매거진 스타일로 돌아올 것이다. ‘NAP’이 불어로는 ‘우아함’이라는 뜻도 있다. 코어매거진은 처음부터 ‘우아함’을 목표로 삼았다. 개러지를 바타으로 신스록을 하는 밴드였던 거다. 듀란듀란이나 아하처럼 화려하고 멋있게, 그리고 멤버 5명이 완전 무장된 상태에서 세련되고 패셔너블하게 무대에 서려 했다. 더 우아할 수 있게끔 집중력과 체력이 마련될 때까지 잠시 쉴 것이다.”
= 내년 다시 신나고 멋진 무대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겠다. 끝으로 팬들과 독자들에게 한마디씩 부탁한다.
(류정헌) “저희는 신스팝을 하는 밴드인데요 사실 이번 앨범으로는 저희를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번외앨범은 아닙니다. 저희 사운드의 밑에 깔린 것은 사이키델릭인데 지금까지가 화려하고 시끄러운 화법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조용한 화법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민규) “이번 앨범은 부담없이 들으실 수 있는 노래들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앨범을 들으신 후 여운이랄까, 그런 것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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