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예고’ 김응용 회장, 승부사 명성 발휘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01 06: 26

야구인 출신 회장, 야구계 쇄신 염원 담겨
첫 걸음은 인적 쇄신 전망, 재정 확충 시급
김응용(75)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감독 시절 ‘승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 결과 지금도 KBO 리그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회자된다. 그런 김 회장이 또 하나의 거대한 산을 만났다. 난파 상태에 빠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정상화가 그것이다.

김응용 회장은 11월 30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서 기업인 출신의 이계안 후보를 누르고 임기 4년의 협회장직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출마 선언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구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이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경기인 출신이 협회장직에 오른 것도 오래간만이다. 그간 기업인 및 정치인 회장들에 환멸을 느낀 투표인단이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출마 때 10대 공약을 내세운 김 회장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넣었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당선 후에도 “내세운 공약을 모두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다만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다. 세 개 단체가 모인 통합 협회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협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 "한국시리즈 7차전보다 더 떨린다"라고 말한 김 회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 ‘산 넘어 산’이다.
야구협회는 전임 회장들의 비위와 집행부의 비리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구실을 전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고 급기야 지난 3월에는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부에서는 패가 갈려 서로를 헐뜯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고소와 비방이 난무했다. 그 가운데 KBO 리그의 젖줄인 아마야구는 사실상 방치됐다. KBO가 지원금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했지만 업무 영역상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의 리더십은 향후 협회의 100년과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빨리 정상화가 된다면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모두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통합 협회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정상화가 늦어지면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례로 봤을 때 임기 4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첫 걸음은 집행부 구성 및 인적 자원 쇄신이 될 전망이다. 현장 출신인 김 회장의 당선으로 야구 현장에 있었던 인사들의 대거 등용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있다. 김 회장도 강력한 쇄신을 예고했다. 김 회장은 당선 후 “협회의 암적인 존재가 파벌 싸움이더라. 프로가 생기면서 그런 파벌이 조성됐다. 아주 나쁜 습관이 생겼다”라면서 “당장 결심한 것은 개혁이다. 현역부터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철저히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협회를 새로 뜯어 고치겠다”고 공언했다.
소프트볼협회, 그리고 전국야구연합회 인사들까지 포괄적으로 집행부를 짜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과제다. 김 회장이 가진 인력 풀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주위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는 생각이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김 회장이고, 정치적 현안에서 자유로운 만큼 파벌 및 내부 알력 싸움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진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재정 확충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협회는 전임 집행부의 비리로 곳간이 바닥 난 상황이다. 김 회장도 이 문제를 의식한 듯 20억 원을 끌어오겠다고 공약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김 회장은 주위 인사들에게 지원을 타진해 어느 정도 확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억 원으로는 부족한 만큼 결국 ‘돈’을 가지고 있는 KBO와의 관계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간 정치인 회장들과는 다소 껄끄러운 사이였던 KBO가 현장 출신이자 야구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김 회장의 당선을 계기로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찌 됐건 중간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김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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