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정치와 연예 사이, 음모론은 어떻게 힘을 얻었나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1.17 16: 44

 누군가의 열애설에 대하는 반응 중에서 꼭 ‘이것’이 있다. “오늘 정치면에서 뭐가 터졌기에 막으려고 하지?”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이슈에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다.
물론 음모론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묵살하기엔 최근 몇 년간 사례가 꽤 많다는 주장. 이래서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했거늘.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그저 예민하다고 탓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연예계에서 큰 이슈가 터졌을 때 그 원인을 ‘정치권에서 발생한 과오를 덮기 위함’이라고 의심해왔던 걸까. 적어도 이 의심은 한 번의 경험에서 비록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선남선녀의 훈훈한 열애 소식에도 마냥 축하해줄 수 없고, 의심부터 품고 바라보게 한 사회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연예계는 이슈들로 뜨거웠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도 여러 사건이 터졌다. 두 분야의 이슈에서는 상관관계를 의심해볼 수 있는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먼저 2013년 5월 15일, 서태지와 이은성 결혼 소식이 이슈를 뒤덮었다. 하루 앞선 14일에는 주진우 기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주 기자에 대해 “대선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7월 3일에는 한 매체에 의해 톱스타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이에 이틀 앞선 1일에는 여야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2일부터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공약 후퇴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설리와 최자, 오종혁과 소연의 열애설이 같은 달 보도됐다.
지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의 슬픔에 잠겼다. 이 가운데 정부의 무능력함이 국민에 의해 큰 질타를 받았는데, 때마다 열애 이슈가 터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야가 유족들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 가운데, 그룹 SS501 출신 배우 김현중이 여자 친구를 폭행했다는 혐의가 한 매체에 의해 보도됐다. 참사 205일 만인 11월 7일 세월호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다음 날인 8일 방송인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실이 보도됐고, 사건은 크게 불어났다.
지난 해 1월 12일에는 청와대 문건 배우 파동이 불거졌다. ‘문건 파동 배후는 K, Y’라는 내용이 적힌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수첩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우연의 일치일까. 이틀 후인 14일에는 한 매체가 클라라와 소속사 폴라리스와의 전속계약갈등이 보도됐다. 열애 사건도 정치 이슈와 맞물렸다. 그중에서도 7월에는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이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의혹이 제기된 지 불과 며칠 후 배우 김우빈과 신민아의 열애가 불거졌다.
지난 5월부터 유상무를 시작으로 박유천, 이주노, 이민기, 이진욱, 엄태웅, 정준영까지 남자 연예인들의 성스캔들이 연달아 보도됐다. 문제는 4월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것에 있다. 성스캔들에 가담해 6월 21일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이 불거지며 크게 시선을 모은 바 있다.
우리가 관심 있는 뉴스를 읽는 것이 잘못된 욕구라고 할 수는 없겠다. 동시에 가려져 놓친 것은 없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뉴스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치인이 다른 마음을 먹기 가장 좋은 시기는 국민의 관심이 사라졌을 때다. 국민은 개, 돼지가 아니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늘 지켜보고 있다는 걸 상기해줄 필요가 있는 요즘이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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