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PO] 11회말 NC는 왜 만루 작전을 쓰지 않았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25 06: 00

NC, 3차전 11회 1사 2·3루서 끝내기 패배
만루 작전 쓰기에는 위험부담 요소들 많아
1사 2·3루 끝내기 상황, NC는 왜 만루 작전을 쓰지 않았을까.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 1-1 동점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LG가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루이스 히메네스의 볼넷과 오지환의 중전 안타에 이어 채은성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든 것이다. 1루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만루 작전을 쓸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LG가 이날 무려 6번의 만루 찬스에서 1득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더 그랬다.
하지만 NC는 그대로 승부에 들어갔다. 내야진을 앞당긴 전진 수비로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을 태세였다. 투수 김진성도 2구째 몸쪽 낮은 직구로 양석환의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그러나 살짝 빗맞은 타구는 자세를 숙인 김진성의 글러브 끝을 맞고 유격수 쪽으로 굴절됐고, 결국 끝내기 안타로 경기 종료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왜 1루를 채우지 않았을까 싶지만, NC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1루를 채우면 투수 쪽에서 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뒤에 정상호가 있으니 승부를 해보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빴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크게 3가지 이유를 감안한 것이다. LG 타자가 감이 좋지 않은 양석환이고, 다음 타자가 외야로 멀리 타구를 보낼 수 있는 정상호였으며, 마지막으로 투수 김진성이 접전 상황에서 스스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양석환은 마지막 타석 전까지 플레이오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전체로 봐도 18타수 3안타로 타율 1할6푼7리에 불과했다. 볼넷을 주더라도 양석환과 승부를 하는 게 유리했다. 게다가 김진성은 양석환 상대로 지난해 2타수 무안타 1삼진, 올해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강했다.
다음 타자가 정상호란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양석환을 1루로 보내 만루 작전을 써도 1사였기 때문에 희생플라이를 감안해야 했다. 정상호는 7회 중견수 뜬공, 9회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는데 모두 펜스 앞까지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타격감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만루에서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여기에 김진성의 압박감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올해 김진성은 블론세이브 5개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서 고비를 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도 11회말 첫 타자 히메네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끝내기 빌미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범위의 땅볼 타구를 놓친 것도 심리적으로 쫓긴 탓이었다.
NC는 여러 요소들을 감안한 끝에 만루 작전 대신 내야진의 전진 수비와 정면 승부를 결정했다. 다만 마지막 빗맞은 땅볼 타구가 끝내기 안타가 되며 LG에 운이 따른 반면 NC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론 아쉽게 됐지만 과정을 놓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이었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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