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우사인볼트 세리머니, 넥센 타자들 깨우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10.15 06: 23

넥센 히어로즈 타선이 1차전 굴욕을 씻었다.
넥센은 지난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앤디 밴 헤켄의 7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5-1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에서 시리즈 전적 만회에 성공했다. 두 팀은 잠실로 장소를 옮겨 3차전 혈투를 벌인다.
넥센은 13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굴욕의 기록을 세웠다. 11안타를 치고도 무득점에 그치며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다 안타 팀 영봉패를 기록한 것. 잔루가 13개에 달하며 매 이닝 타자들이 득점권 누상에 쌓여 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타자들이 긴장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던 타자들이 2차전에서는 긴장이 풀린 모습. 넥센은 2차전 1회 1사 후 안타를 치고 나간 고종욱이 1사 1루에서 2루수 손주인의 느슨한 수비를 틈타 김하성의 단타에 홈까지 쇄도하며 손쉽게 득점을 올렸고 이를 시작으로 총 10안타 6볼넷 5득점을 기록하며 전날 홈을 밟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재미있던 장면은 타자들의 모습. 넥센 타자들은 이날 안타를 치고 출루할 때마다 1루 더그아웃에 양손 검지손가락을 향하게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일명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 타자가 신호를 보내면 더그아웃에 있던 다른 타자들도 똑같은 손짓으로 화답해 분위기를 띄웠다.
3안타로 활약하며 세 번이나 벤치에 손짓을 한 고종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전에 심재학 코치님이 세리머니를 하자고 하셨다. 오늘 안타가 나올때마다 우사인 볼트 같은 포즈를 했다. 처음에는 하기 쑥스러웠는데 그래서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세리머니에 대해 설명했다.
심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순하게만 야구를 하는 것 같아서 한 번 재미있게 해보자고 했다. 1차전에서 졌지만 지금 타격 기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멘탈 싸움이기 때문에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면서 하자고 했더니 (서)건창이가 경기 전 안타 세리머니를 해보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즐기기 시작한 선수들은 무서웠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서는 임병욱은 4회 우규민을 상대로 우중간 솔로포(비거리 125m)를 날리며 올해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을 기록했다. 임병욱은 경기 후 "오늘 드디어 넥센다운 야구를 한 것 같다. 선배들이 무조건 자신있게 하라고 띄워줘서 편하게 배트를 돌렸다"며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달라진 각오를 전했다.
넥센은 이제 3차전부터 잠실로 옮겨 LG와 다시 맞붙는다. 3차전과 4차전 선발로 각각 유력한 데이비드 허프와 류제국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상대로 호투하며 자신감이 올라 있는 상태. 신재영와 스캇 맥그레거를 도와야 할 넥센 타자들이 계속 세리머니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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