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로 지켜진 김태형 감독의 스프링캠프 약속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31 05: 50

김현수 대체 등 스프링캠프 계획 대부분 현실화
개막 후에도 조금씩 전력 업그레이드
 모든 팀은 스프링캠프에서 희망을 품는다. 이때 세웠던 계획들이 절반만 이뤄져도 성공이라고 할 만큼 감독들은 팀의 새로운 힘을 발견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기대감을 갖는 시기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선수들 하나하나가 업그레이드됐고, 새 외국인 선수, 군에서 돌아온 선수들에게도 기대치가 있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떠난 것이 전력의 마이너스 요인이었지만,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어 두산은 상위권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캠프지를 찾은 해설위원들도 두산의 전력을 높게 평가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이 했던 말들은 대부분 실현됐다. 우선 지금 김현수 공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 전지훈련 당시 “특별히 공백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홈런, 타점 몇 개가 없어졌다는 것을 신경 써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애초부터 없는 선수라 생각하고 비어 있는 포지션을 기존 선수로 채워 팀을 만들겠다는 계산이었다.
김현수 공백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를 4번으로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페이스가 좋지 않자 퓨처스리그로 내린 뒤 6번에 주로 넣어 활용했고, 이 과정 속에 지금은 에반스도 없어서는 안 될 몫을 담당하는 주전이 됐다. 기다림을 통해 신입 외국인 선수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전력 여유가 없는 다른 팀이었다면 힘들 결정이었다.
그리고 1명을 미리 주전 좌익수로 점찍어두지 않고 들어간 것도 돌아보면 좋은 선택이었다. 좌익수로 전환시킨 김재환이 1군에 올라와 뛸 여지를 열어뒀고, 그러면서 개막 후 맹타를 휘두른 그는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또한 이는 다른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작용도 하고 있다. 현재 두산 외야는 부동의 주전으로 보였던 정수빈의 자리도 확실하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김현수가 떠날 때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했던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당시 김 감독은 “젊은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생각보다 좋다. 플레이도 자신감 있게 하고, 기존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기존 선수들도 지난해 캠프 페이스보다 좀 더 안정되어 있다. 주전들에게도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조수행, 서예일도 신인 치고는 기존 백업 선수들과도 기량이 비슷하고, 주전이 출전할 수 없을 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주전과 백업 가릴 것 없이 두산은 모든 타자들이 공수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인들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자기만의 무기가 확실한 조수행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뒤 계속 1군에 남아있고, 서예일은 아직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5푼1리, 4홈런 28타점 3도루로 언제든 준비된 모습이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선두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부임 첫 해부터 뚜렷했던 김 감독의 야구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친정인 두산의 사령탑으로 오면서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는 이기는 야구다. 잃어버린 팀 컬러를 되찾겠다”고 한 말도 지금은 현실이 됐다.
김 감독의 관찰은 계속되고 있다. 전지훈련 기간 그는 “지난해 초반에는 우왕좌왕하다가 시즌을 치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번 시즌에는 내가 생각했던 감독의 상을 유지하면서 선수들을 많이 관찰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시범경기부터 실천에 옮겼다. 올해 김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의 사전 취재에 응하는 시간대는 지난해보다 조금 늦어졌다. 그 시간 동안 김 감독의 눈은 두산 선수들이 훈련 중인 그라운드를 향해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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