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은 최영필, KIA 품격 있는 퀵후크

박수받은 최영필, KIA 품격 있는 퀵후크
최영필, 6년만의 선발등판서 퀵후크 김기태 감독, 최고참 예우 갖춘 배려


최영필, 6년만의 선발등판서 퀵후크
김기태 감독, 최고참 예우 갖춘 배려

[OSEN=광주, 이상학 기자] 한화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는 '퀵후크'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어느 정도 던지고 있던 선발투수를 생각보다 일찍 내린 감독의 승부수로 선수들로서는 당사자가 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퀵후크가 그런 것은 아니다.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KIA는 품격 있는 퀵후크를 선보였다. 만 42세 KBO리그의 최고령 투수 최영필은 퀵후크 교체에도 웃으면서 내려왔다. 김기태 감독은 최고참 투수에게 예우를 갖췄고,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최영필은 이날 6년 만에 선발투수로 깜짝 기용됐다. 한화 시절이었던 2010년 8월20일 대전 SK전 이후 2095일만의 선발등판. KIA는 윤석민·임준혁이 부상, 한기주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며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며칠 고민 끝에 베테랑 최영필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합동 은퇴식을 가진 서재응·최희섭보다 각각 3살·5살 더 많은 최영필이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김기태 감독은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다. 서재응·최희섭도 대단한 선수들이었지만 최영필도 참 대단하다"며 "임기준을 선발로 생각했지만, 경기 초반 컨트롤 좋은 최영필이 선발로 나서는 게 낫다고 봤다. 이닝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후배 서재응의 이름과 등번호 2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6년 만에 선발등판한 최영필은 1회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김태균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동시에 포수 백용환이 윌린 로사리오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순식간에 이닝 종료. 2회에도 1사 1·2루에서 차일목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3회 하주석과 정근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이용규를 중견수 뜬공 잡고 한숨 돌린 그 순간, 덕아웃에서 나온 김기태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다. 김 감독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투수 교체 사실을 알렸고, 최영필 역시 웃으며 공을 넘겼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덕아웃으로 걸어오던 최영필에게 직접 음료수를 전달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4-0 리드 상황에 무실점이었지만, 이미 최영필은 시즌 최다 38개의 공을 던졌다. 남은 경기를 생각하면 교체가 순리였다. 최영필이 경기 초반 위기를 두 번이나 실점 없이 극복한 사이 KIA 타선이 터졌고, 한화의 추격을 따돌린 끝에 8-7로 승리, 시즌 최다 5연승으로 5할 승률까지 회복했다.

이날 최영필의 기록은 2⅓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평범했지만, 김기태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는 팀을 위해 기꺼이 첫 번째 투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최고참 투수에 예우를 갖춰 감사함을 표했다. 노장의 역투와 품격 있는 퀵후크에 홈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waw@osen.co.kr

[사진]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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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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