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KCC 연고지 이전설, 10개 구단 전체의 문제다 

[서정환의 사자후] KCC 연고지 이전설, 10개...
[OSEN=서정환 기자] 연고지 이전설에 휩싸였던 KCC가 결국 전주에 남는다.


[OSEN=서정환 기자] 연고지 이전설에 휩싸였던 KCC가 결국 전주에 남는다.

전주시는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KCC 구단에 경기장 신축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경기장 노후화 문제로 수원 이전을 검토했던 KCC 구단은 이전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전주 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애초에 사태를 이렇게까지 크게 만든 당사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 전주실내체육관 위치는 ‘최고’ 시설은 ‘최악’

사건의 발단은 노후화된 전주실내체육관이다. 1973년 문을 연 전주실내체육관은 너무 낡았다. 관중석에서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시야는 매우 좋은 편이다. 다만 단열이 잘 되지 않고, 소리가 안에서 울려 관람에 불편함이 있다. 편의시설도 부족한 편이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주실내체육관은 엄청나게 더웠다. 이유를 묻자 구단관계자는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난방을 해야 겨우 경기 동안 온도가 유지된다. 선수들이 연습할 때도 두 시간 전에 와서 난방을 틀어놔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주실내체육관은 수용인원도 4600석으로 작아 KCC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KCC는 플레이오프 등 빅매치에서 야외응원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입석관중까지 입장하다보면 경기장 안전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주실내체육관은 최근 안전등급심사에서 C등급을 받기도 했다. 당장은 프로농구 경기를 개최할 수 있지만, 아슬아슬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안전등급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구장에서는 구단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기개최가 불가능하다. 안전문제를 고려한 KCC의 고민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KCC 인기비결 중 하나는 최고의 위치도 한 몫 했다. 전북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전주실내체육관은 접근성이 최고다. 터미널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농구와 젊은 대학생들의 이미지도 잘 맞아떨어진다. 길을 걷다 농구를 보고 싶으면 그냥 들어가서 보면 된다. KCC는 따로 경기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로 홈구장이 번화가 한복판에 있다. 10개 구단 중 가히 위치는 최고라고 볼 수 있다.

KCC가 인기를 유지하려면 신축구장도 시내에 건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곽의 월드컵경기장 등지에 새 구장이 들어서면 접근성이 떨어져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 전주시가 경기장 신축을 결정했지만, 부지를 두고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남아있다.

▲ 연고지 이전 소문, 적극적 해명 없었다

수원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지난 2월 개장한 칠보체육관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프로농구단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신생팀 창단이 없다면 현재 존재하는 구단 중 한 팀이 연고이전을 한다는 소리다. 수도권에 숙소를 둔 지방구단의 수원 연고이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팬들은 초조하고 답답했다. 속 시원한 해명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한 구단 나서는 곳이 없었다.

프로스포츠에서 연고이전만큼 심각한 위기는 없다. 기존 팬들이 한 번에 이탈할 수 있기 때문. 팬들이 들고 일어나 연고이전 반대 청원운동까지 했던 청주(SK), 대구(오리온스) 등의 사례를 본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전할 생각이 없는 구단이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서 떨어져나가는 팬들을 붙잡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소문의 대상이었던 프로농구 구단들은 일제히 침묵해 논란을 키웠다.

답답했던 팬들이 직접 나섰다. 부산 KT도 소문의 팀 중 하나였다. 팬들은 SNS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임종택 단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임 단장은 소문을 부인했다. 구단의 공식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팬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팬들은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SNS로 문의를 하기도 했다 염 시장은 “KCC 이지스로부터 연고지 이전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요청도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팬들은 이 말을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수원시와 KCC가 최소한 연고이전을 진지하게 협의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팬들은 여기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KCC가 계획을 철회하긴 했지만, 연고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팬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문제다.


▲ 아직도 ‘우리 팀’ 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프로농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창단 후 연고지와 모기업이 변하지 않은 구단은 창원 LG가 유일하다.(경남LG에서 창원LG로 변화는 있었다) 원주 동부, 인천 전자랜드, 안양 KGC인삼공사는 모기업은 바뀌었지만 연고지는 유지돼 팬들에게 전통이 이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머지 6개 구단은 한 차례 이상 연고지가 바뀌어 새로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기업이 바뀔 때마다 팀명도 계속 바뀐다. 그 과정에서 ‘영구결번 선수’나 ‘우승’ 등 전신 팀의 전통을 부정하는 팀도 있다. 20년이 다 되가는 프로농구에서 아직도 ‘내 팀’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이유다. 이번 연고지 이전설로 팬들은 ‘우리 동네, 내 팀’이라는 인식을 갖기 더욱 어려워졌다. 여차하면 팀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을 고려해도 과한 숫자다. 충청도와 전라남도/광주광역시, 경상북도/대구광역시에는 팀이 없어졌다. 프로농구단이 떠나면서 해당지역 아마추어농구도 발전에 탄력을 잃었다.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할 때 기형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프로구단들도 과연 지역밀착을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프로농구 특성상 대부분 구단의 숙소가 수도권에 모여 있다. 지방 홈구장으로 잠시 원정(?)을 가서 달랑 한 경기만 치르고 곧바로 짐을 싸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것이 일상이다. KCC도 인기는 많지만, 평소 전주에서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행사는 많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홈에서 연전을 치르는 프로야구는 동네마트에서 스타선수들을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수들이 연고지로 이사를 가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팬들이 ‘우리 동네 선수, 우리 팀’이라는 애착을 갖기가 쉽다. 물론 종목의 특성이 존재하지만, 분명 프로농구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더 노력해도 모자랄 프로농구다.

KCC 연고지 이전설이 단순한 한 구단의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프로농구 10개 구단과 KBL은 ‘성난 팬심’의 원인을 읽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프로농구는 항상 인기에서 2류 변방일수밖에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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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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