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SF통신] SF로 이사 가는 워리어스 속사정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11 06: 36

워리어스가 근사한 새 집을 짓고 이사를 간다.
현재 NBA에서 가장 잘나가는 구단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다. 골든스테이트는 10일 멤피스 원정경기서 접전 끝에 100-99로 간신히 이겼다. 한 시즌 71승을 달성한 골든스테이트는 11일 ‘안방 무패’ 샌안토니오를 상대로 72승에 도전한다. 골든스테이트가 이긴다면 1996년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72승 10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만 9596명을 수용하는 홈구장 오라클 아레나는 워리어스의 연승과 함께 175경기 연속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입장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 가장 싼 좌석이 150달러 (약 17만 원)이상이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NBA 최고인기구단은 워리어스가 아니다. 거기에는 속사정이 있다.

▲ NBA에서 가장 낡은 오라클 아레나
1964년에 개관한 오라클 아레나는 NBA에서 가장 낡은 구장이다. 지금의 시설도 NBA 경기를 개최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한국에서 가장 최근에 개관한 체육관도 오라클 아레나의 규모와 편의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기자는 NBA 17개 구장에서 현장취재를 했다. 직접 가본 구장 중 가장 시설이 낙후된 곳은 새크라멘토 킹스의 홈구장 슬립 트레인 아레나(1988년 개관)와 과거 뉴저지 네츠가 쓰던 아이조드 센터였다. 홉사 덩치 큰 잠실실내체육관이라고 보면 된다. 킹스는 새크라멘토에 새 구장을 건설하고 있다. 네츠는 브루클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며 최신 바클레이스 센터로 이사했다. 1968년 문을 연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은 세 번의 재시공을 거쳤고, 현재는 최신시설을 자랑한다. 뼈대는 낡았지만 내부는 좋다고 보면 된다.
오라클 아레나를 다른 NBA 구장과 비교하면 분명 못 미치는 면이 있다. 오라클 아레나의 원래 좌석은 15000석에 불과했다. NBA에서 가장 좌석규모가 작았다. 구단은 1억 2000만 달러(약 1384억 원)를 들여 구장을 2만석 규모로 개조했다. 새 구장을 짓는 것보다 싸다고 판단한 것.
2000년대 들어 NBA는 좌석규모를 약간 줄이고 VIP 스위트룸을 늘려 입장수익을 최대화하는 추세다. 1999년 개관한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스 센터는 현대식 구장의 롤모델을 제시했다. 오라클 아레나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새 구장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불가피한 시대가 됐다.
▲ 정체성은 샌프란시스코, 위치는 오클랜드
워리어스가 이사를 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요 팬층이 샌프란시스코에 있기 때문이다. 워리어스는 원래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대표하겠다는 취지로 팀명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바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더 이상 경기가 열리지 않았지만 팬들은 자연스럽게 워리어스를 계속 응원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응원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팬들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데 구장은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오클랜드에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은 큰 다리 하나를 두고 인접했지만, 생활방식이나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전혀 다르다.
샌프란시스코는 천혜의 자연을 가진 경제, 관광의 중심지다. 주민들도 부자들이 많고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반면 오클랜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우범지대다. 워리어스 인기가 올라가면서 정작 경기장 주변에 사는 팬들은 입장권 가격이 부담돼 경기를 보러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따로 있다. 기자는 워리어스를 취재하면서 자이언츠와 어슬레틱스 경기도 현장에서 관전했다. 두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확연히 다른 색깔을 체험했다.
어슬레틱스 홈구장과 오라클 아레나는 바로 옆 이웃사촌이다. 바로 옆에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 구장까지 모여 있는 거대한 스포츠타운이다. 반대로 말해 주변에 대형경기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동네다.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 자체가 힘들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철(bart)을 타고 오는 팬들도 있지만 수가 적다. 전철역에서 경기장까지 1km정도 걸어가야 한다.
‘머니볼’로 대표되는 어슬레틱스는 월드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구단전통에 비해 돈이 없다. 타 팀에 비해 팬층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 기자는 개막 후 화이트삭스에게 2연패를 당한 뒤 홈경기를 찾았다. 약 3만 5000명을 수용하는 콜로세움에 1만 5000명 정도의 팬들이 왔다. 1966년에 개장한 오래된 구장이다. 36달러만 줘도 3루 쪽 1층 괜찮은 좌석에서 관전이 가능했다. 3층은 아예 대형통천으로 가렸다. 그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2000년 개장한 최신식 자이언츠 홈구장 AT&T 파크는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구장이다. 경기장 주변이 매우 아름답고, 먹을거리도 많다. 샌프란시스코 대표관광지 중 한 곳이다. 다만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고, 있어도 매우 비싼 편이다. 보스턴이나 뉴욕처럼 대부분의 팬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경기장에 오는데 익숙하다.
메이저리그 대표 인기구단 자이언츠는 입장권도 비쌌고, 구하기도 매우 어려운 편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 마침 전통의 라이벌 LA 다저스와 치열한 경기를 했다. 약 4만 2천명을 수용하는 구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기 중 비가 계속 내렸지만 떠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팬심이 엄청나다보니 선수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10회말 브랜든 크로포드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경기 후에는 낭만적인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관중들이 퇴장하자 수 천 마리의 갈매기가 일제히 날아들어 관중석을 청소하는 진풍경도 장관이었다.
▲ SF의 심장부에 건설되는 체이스 센터
2013년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새 구장을 지어 홈구장을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골든스테이트는 2018-19시즌까지 오라클 아레나에서 경기를 한 뒤 이사를 간다.
1만 8천석 규모의 새 구장은 미국의 거대은행 체이스의 후원을 받아 ‘체이스 센터’로 불리게 됐다. 팀명을 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로 바꿀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은 벌써부터 ‘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라고 써진 구단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체이스 센터는 자이언츠 홈구장 AT&T 파크 바로 길 건너편에 건설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해보니 아직 공사는 진행 전이었다. 워리어스 구단에서 제공한 조감도를 보면 현대적인 최첨단 시설에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광경이다. 마이애미 히트의 홈구장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와 함께 바다와 인접한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할 전망이다.
결국 워리어스가 지향하는 구단은 어슬레틱스가 아닌 자이언츠인 셈이다. NBA대표 인기구단으로 발돋움한 워리어스가 이참에 확실하게 명문팀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워리어스는 샌프란시스코 이전과 함께 엄청난 상업적 이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커리가 아직 28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동영상] 샌프란시스코=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 워리어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