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캔자스大, 12년 연속 빅12 우승의 의미  

[서정환의 사자후] 캔자스大, 12년 연속 빅12...
[OSEN=서정환 기자] 캔자스대학이 12년 연속 빅12컨퍼런스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OSEN=서정환 기자] 캔자스대학이 12년 연속 빅12컨퍼런스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전미랭킹 2위 캔자스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로렌스 홈구장 앨런필드하우스에서 벌어진 2015-2016 미국대학농구 빅12컨퍼런스 정규시즌 경기서 텍사스공대를 67-58로 눌렀다. 홈 39연승을 질주한 캔자스는 텍사스공대전 14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빅12컨퍼런스 13승 3패(시즌 24승 4패)를 기록한 캔자스는 남은 2경기(텍사스, 아이오와 주립대) 결과에 상관없이 2위 웨스트 버지니아(11승 5패)를 제치고 12년 연속, 통산 59번째 컨퍼런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캔자스가 내년에도 우승한다면 존 우든 감독시절 UCLA가 보유한 13년 연속(67-79) 컨퍼런스 우승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캔자스는 지난 20년 동안 17번이나 우승하며 빅12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KBL에서 뛰는 선수들 중 빅12 출신이 많다. 마리오 리틀은 캔자스의 12년 연속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안드레 에밋은 텍사스 공대시절 전설의 감독 바비 나잇의 지도를 받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미주리가 SEC로 옮겨가기 전 빅12에서 컨퍼런스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 ‘명장’ 빌 셀프 감독이 이룬 왕조

최강자 캔자스는 늘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도전을 받는 위치다. 강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12년 연속 정상에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3년 캔자스에 부임한 빌 셀프 감독은 첫 시즌 2위를 제외하고 이듬해부터 12년 연속 팀을 컨퍼런스 최정상으로 유지시켰다. 13년 전 41세의 촉망받는 젊은 감독이었던 그는 이제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다.

빌 셀프는 “12년 연속 우승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냐고? 사실 잘 모르겠다. 우리는 늘 상대편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우리 팀은 꾸준하지 못했다. 6연패를 한다는 것도 굉장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매년 그 의문을 풀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담담히 우승소감을 밝혔다.

제자 마리오 리틀이 말하는 빌 셀프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리틀은 “캔자스대학교 때 빌 셀프 감독님은 워낙 유명한 학교를 이끌고 있어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다. KBL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빌 셀프와 김승기 감독 모두 완벽주의자다. 선수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손수 가르쳐주시는 것도 비슷하다”고 회고했다.

빌 셀프는 수많은 제자들을 NBA선수로 키워냈다. 데론 윌리엄스, 마리오 챠머스, 모리스 형제, 앤드류 위긴스 등이 그들. 제자들에게 그는 ‘좋은 코치’가 아닌 ‘존경하는 인생선배’로 기억되고 있다.

리틀은 “대학교 때 항상 실전처럼 치열하게 연습했던 것이 생각난다. 감독님도 우리를 엄청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연습이 끝나면 정말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정말 좋은 멘토고 우리를 항상 이끌고 가르쳐줬다. 프로로서 매너를 배웠다. 졸업한 후에도 항상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다. 날 남자로서 성장하게 해주신 분”이라고 빌 셀프에게 감사했다.


▲ 고학년들이 만들어낸 끈끈한 조직력

캔자스가 다른 학교에 비해 뛰어난 이유로 고학년들이 만들어낸 끈끈한 조직력을 꼽을 수 있다. 대학이 NBA 공장으로 전락하는 시대다. 1학년만 마치고 NBA에 직행하는 스타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캔자스에서도 자비에 헨리, 조쉬 셀비, 앤드류 위긴스, 조엘 엠비드, 클리프 알렉산더 등은 1학년만 마치고 곧장 NBA에 갔다. 하지만 캔자스의 중심은 늘 고학년들이 잡아줬다.

현재 캔자스의 중심은 페리 엘리스(4학년, 포워드), 웨인 쉘든 주니어(3학년, 가드), 프랭크 메이슨 3세(3학년, 가드) 3인방이다. 세 선수는 지난해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캔자스를 우승으로 이끈 핵심전력이다. 세 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나란히 NBA 드래프트에 참가해 지명이 유력하다.

우승 후 페리 엘리스는 “우리가 긴장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 이상의 부담감이 있었다. 모두가 캔자스가 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팬들은 당연히 캔자스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특히 캔자스 지역출신 스타인 페리 엘리스가 4학년까지 남았다는 사실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엘리스는 지난해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NBA는 언제든지 갈 수 있었다. 선배들처럼 학교를 위해 전미우승 타이틀을 안기고 NBA에 가고 싶다. 그래서 4학년 시즌에 남았다”며 남다른 학교사랑을 드러냈다.

캔자스가 12년 동안 우승하는 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 갔다. 자신이 입학해 연속 우승 기록이 깨지는 것처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캔자스 선수들은 최고의 학교에서 뛴다는 자부심과 함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했다.

프랭크 메이슨 3세는 “우리는 기록을 깨는 세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11년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12년 연속 우승을 못하는 세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올해 우승은 정말 많은 의미가 있다. 정말 자부심을 느낀다. 동료들과 우리 팬들을 위해 우승을 했다”고 기뻐했다.



▲ 어느 때보다 우승경쟁이 치열했던 빅12컨퍼런스

미국대학농구는 1년 사이에 전체 판도가 송두리째 바뀐다. 워낙 팀이 많고, 선수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가 있어도 길어야 4년을 뛴다. 최근에 스타들은 1년만 뛰고 NBA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습기간도 짧아 조직력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2년 연속으로 정상에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올 시즌의 빅12컨퍼런스는 메이저컨퍼런스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AP랭킹 25위 중 빅12가 6팀이나 된다. 캔자스(2위), 오클라호마(3위), 웨스트 버지니아(14위), 아이오와 주립대(17위), 베일러(19위), 텍사스(25위)가 그들. 빅12 10개 팀 중 절반 이상이 NCAA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캔자스와 우승을 다퉜던 웨스트 버지니아(22승 7패, 빅12 11승 5패)는 시즌 7패 중 5패를 컨퍼런스에서 당했다. 22승 6패로 전미 3위인 오클라호마는 컨퍼런스에서 10승 6패로 3위에 그쳤다. 그만큼 빅12가 매우 치열했다는 의미다.

이런 컨퍼런스에서 캔자스는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캔자스는 미시건 주립대와의 챔피언스 클래식에서 73-79로 패하며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논컨퍼런스 경기서 캔자스를 꺾을 팀은 더 이상 없었다. 켄터키를 홈으로 불러들여 90-84로 누른 것이 큰 힘이 됐다.

오클라호마와의 두 번의 대결은 사실상 빅12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캔자스는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9-106으로 이겼다. 올해 NBA 로터리픽 지명이 확실시 되는 버디 힐드는 캔자스를 상대로 무려 46점을 폭발시켰다. 캔자스가 허용한 역대최다득점이었다. 캔자스는 오클라호마 원정에서도 76-72로 이겨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캔자스는 1월 12일 웨스트 버지니아에게 63-74로 졌다. 이후 오클라호마 주립대와 아이오와 주립대 원정경기도 패했다. 전미랭킹이 1위에서 9위로 곤두박질쳤다. 5경기서 3패를 당하며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캔자스는 켄터키와 빅12/SEC 챌린지 승리를 시작으로 9연승을 달려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강 컨퍼런스에서 쟁쟁한 팀들을 모두 제치고 거둔 캔자스의 우승은 의미가 더 크다.


▲ 성적보다 학생선수의 본분이 우선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는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한다. 학업성적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는 아무리 스타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풋볼과 남자농구는 프로를 능가하는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이는 효자종목이다. 이 때문에 학업능력이 모자란 선수를 부정으로 뛰게 하거나, 선수에게 돈을 지급하는 부정부패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NCAA가 철저하게 단속을 하고 있지만 스캔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루이빌대학은 고등학생 스타를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매춘부를 제공해 파문을 일으켰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농구부 선수의 성적을 조작해 명성에 흠집을 냈다. 운동은 잘하지만 인성이 모자란 선수를 입학시킨 것부터 잘못이었다. 크리스 웨버는 미시건주립대시절 자동차를 지급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조사를 받았다.

캔자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첵 디알로(19, 206cm)를 입학시켰다. 2016 NBA 드래프트에서 로터리픽 후보로 거론되는 빅포워드다. 하지만 학업성적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그는 NCAA로부터 출전금지를 당했다. 결국 그는 조사가 끝난 뒤 12월 1일 로욜라 대학전부터 출전할 수 있었다. 데뷔전에서 디알로는 16분만 뛰고 13점, 6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하며 한을 풀었다.


빌 셀프 감독은 오클라호마와의 일전을 앞두고 슈터 브레넌 그린에게 자체 출장금지를 내렸다. 그린이 수업을 빼먹는 등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였다. 우승을 위해 중요한 경기였지만 그의 결정은 단호했다.

그린은 캔자스주립대와의 경기에서 다시 사고를 쳤다. 대승이 결정 난 마지막 순간 그린이 상대편을 놀리는 덩크슛을 했기 때문이었다. 캔자스는 홈에서 77-59로 이겼다. 캔자스주립대 팬들은 경기 후 분이 풀리지 않아 그린을 맹비난했다. ‘우리 홈경기에서 두고 보자’며 폭력사태까지 예견됐다.

경기 후 빌 셀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그린의 행동은 학생선수답지 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셀프 감독의 빠른 사과로 다행히 리턴매치에서 불상사는 없었다. 캔자스는 이번에도 72-63으로 승리했다.


실력보다 학생선수의 본분과 인성을 강조하는 빌 셀프의 철학은 캔자스가 장수하는 비결이다. 이제 캔자스는 빅12컨퍼런스 토너먼트 우승과 NCAA 토너먼트 우승에 도전한다. 과연 캔자스는 마지막까지 최강으로 남을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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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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