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총재님, 맥도웰 다시 와도 통하겠는데요?

[서정환의 사자후] 총재님, 맥도웰 다시 와도...
올 시즌 개막 후 줄곧 선두를 고수하던 고양 오리온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오리온은 5일 오후 원주 동부를 맞아...
[OSEN=서정환 기자] KBL이 야심차게 도입한 단신외국선수제도가 결국은 본래취지에서 어긋나며 실패하는 모양새다.

올 시즌 개막 후 줄곧 선두를 고수하던 고양 오리온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오리온은 5일 오후 원주 동부를 맞아 55-78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4연패를 당한 오리온(19승 8패)은 모비스(19승 8패)에게 처음으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가장 큰 패인은 골밑이었다. 동부는 웬델 맥키네스가 25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허리부상으로 결장한 윤호영의 공백을 메웠다. 로드 벤슨도 11점, 12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다. 김주성까지 15점, 8어시스트를 보탠 동부산성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애런 헤인즈의 일시대체인 제스퍼 존슨이 할 줄 아는 것은 외곽슛이 전부다. 장재석(9점, 6리바운드)과 이승현(9점 6리바운드)만으로는 벅찼다. 조 잭슨은 23점, 5어시스트를 올렸지만, 오리온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빅맨이었다.

KBL이 단신외국선수를 도입한 취지는 평균득점을 올리고 화려한 볼거리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각 구단들이 ‘맥도웰형’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을 거란 우려가 팽배했다. 그럼에도 김영기 KBL 총재는 “맥도웰이 다시 와도 전처럼 행세하지 못한다. 국내선수들의 신체조건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새로운 제도의 흥행을 자신했다.

시즌 초반 대부분의 구단이 단신으로 가드를 뽑으며 어느 정도 김 총재의 도입취지에 부합하는가 싶었다. A 감독은 “트라이아웃에서 트위너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다들 가드형 선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신빅맨을 뽑은 구단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태가 급변했다. 커스버트 빅터와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기대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재학 감독은 “이런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다. 우리 팀 사정상 빅맨이 필요해서 빅터를 뽑았을 뿐이다. 가드형 외국선수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국내선수로 커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빅맨자원은 국내선수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 감독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셈.

성적이 나지 않자 다른 구단들도 너도 나도 언더사이즈 빅맨을 찾아 대체를 하기 시작했다. 가드를 뽑아 성적이 나지 않는 B 감독은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을 걸 그랬다”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 중에서도 웬델 맥키네스는 대박사례로 꼽힌다. 192.4cm의 신장에 탄탄한 근육질 몸을 가진 맥키네스는 2m가 넘는 국내 빅맨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는 평균 21.6점, 8.9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오히려 벤슨보다 역할이 커졌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팀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맥키네스 합류 후 9승 2패를 달린 동부는 어느덧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가드형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에는 현직 감독들도 다들 동의를 한다. 그들의 1대1 능력과 드리블 실력은 국내선수들이 절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하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화려함이 곧 승리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농구다. 특히 오리온처럼 장신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단신선수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면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다. 국내선수층이 가장 깊다는 오리온도 헤인즈 한 명이 다치자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C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10개 구단 전부가 언더사이즈 빅맨을 찾을 것이다. 나부터도 비시즌에 그런 선수들을 먼저 찾아보겠다. 신장제한을 더 낮춘다고 해도 빅맨을 뽑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가드형 선수에게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드형 선수로 가장 성공적인 안드레 에밋과 마리오 리틀은 기술도 좋지만, 체격도 당당하다. 조 잭슨, 론 하워드, 드웨릭 스펜서 등 체격이 받쳐주지 않는 선수들이 과연 다시 한국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걸쳐 외국선수 2명을 동시 투입할 수 있다. 론 하워드와 조 잭슨은 처음부터 후반기를 노리고 뽑은 선수들. 하지만 KBL은 돌연 2라운드부터 3쿼터에 한 해 외국선수 2명을 모두 뛰도록 제도를 급하게 변경했다. 국가대표들과 불법스포츠도박 징계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가드형 선수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드형 선수들은 4라운드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김영기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에게 섭섭한 점이 있다. 앞으로 장신외국선수 제도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테크니션을 뽑으라고 만든 제도인데, 감독들이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아 농구를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KBL이 아무리 제도적으로 신장제한을 낮추더라도 결국은 그 신장에서 몸 좋고 리바운드 잘하는 선수가 오게 돼있다. 그래야 이기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선수들의 빈약한 체격과 몸싸움 실력으로는 자신보다 작은 외국선수에게도 골밑에서 경쟁력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나왔던 ‘외국선수 체중제한’이 실제 도입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KBL은 화려한 개인기와 높은 평균득점을 원한다. 하지만 각 구단은 3쿼터 외국선수 두 명을 동시 투입해 지역방어를 서는 추세다. 국내선수들의 부족한 개인기로 돌파는 무리다.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3점슛 성공률도 높지 않아 지역방어를 잘 깨지도 못하고 있다. 각 팀 감독들이 더욱 더 지역방어를 애용하게 되는 이유다.

4라운드가 되면 2,3쿼터에 걸쳐 외국선수 두 명이 가세해 주구장창 지역방어를 설 것이 분명하다. 김 총재의 바람과 달리 가드형 외국선수는 점점 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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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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