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사인 직후 팬에게 달려간 진짜 '롯데 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29 10: 14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5)이 FA 협상 후 가장 먼저 뛰어간 곳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사직구장이었다. 끝내기안타가 나오면 가장 앞장섰던 그 마음 그대로 팬들에게 '남기로 했다'고 외쳤고, 팬들도 갈채로 송승준을 축하해줬다.
송승준은 28일 롯데에 잔류하기로 확정했다. 계약 조건은 4년 4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4억원)이다. 송승준의 계약이 종료되는 2019년이면 불혹, 말 그대로 '영원한 롯데맨'이 될 것으로 보이는 송승준이다.
경남고 졸업 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 한때는 빅리그 데뷔 직전까지 갔던 송승준은 부상과 불운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이후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2007년 고향팀인 롯데에 복귀했고,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롯데 마운드의 대들보로 자리잡았다.

송승준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2007년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세 자릿수 이닝을 소화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6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올해는 팔뚝 부상을 당해 잠시 마운드를 비우긴 했지만, 8승 7패 125이닝 평균자책점 4.75로 활약했다.
이번 FA 시장 1호 계약은 송승준이다. 송승준은 점심식사 후 구단 사무실을 찾아 최종조율을 했고, 오후 3시가 조금 못된 시각 사인을 마쳤다.
마침 이날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납회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FA 계약이 안 걸렸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팬들과 함께 '자이언츠'를 외쳤을 송승준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잠시 억누르고 협상에 전념했다.
그리고 송승준이 계약을 마치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팬들 앞이었다. 행사가 한창이던 사직구장 한복판으로 달려간 송승준은 마이크를 잡고 "팬들 덕분에 롯데에서 다시 뛰게 되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이처럼 송승준의 롯데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애정은 무척 크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져도, 끝내기 안타가 나와도 가장 먼저 나가는 선수가 송승준이다. 바로 팬들에게 달려간 것도 송승준다운 모습이었다.
왜 송승준에게 롯데는 소중할까. 야구팬이 '왜 내가 이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 일부'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대답이 나왔다. 송승준은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 롯데에 있으면 다 좋고 편하다. 선수들, 구단 사람들 모두 좋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의 목표는 하나, 바로 우승이다. 그는 "벌써 10년 넘게 우승을 했을 때를 그리면서 자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겉보기에는 안 그래도, 사실 난 여리고 눈물이 많다. 혼자 상상하다가 전율하고 울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