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시리즈] 엽기적인 쿠바 투수, 이쑤시개 물고 투구

[슈퍼시리즈] 엽기적인 쿠바 투수, 이쑤시개 물고 투구
특히 입에 문 성냥은 저우룬파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마운드 위에 '낭만자객'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쿠바...
[OSEN=고척, 이대호 기자] 홍콩 느와르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저우룬파(주윤발,60)의 상징은 선글라스와 코트, 그리고 성냥개비다. 담배 대신 성냥개비를 물고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쌍권총을 발사하는 장면,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따라해봤을 명장면이다.

특히 입에 문 성냥은 저우룬파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마운드 위에 '낭만자객'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쿠바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혼데르 마르티네스(37)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가했던 베테랑 투수인 마르티네스는 현재 쿠바리그 마탄사스에 소속, 11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고 있다. 타고투저 리그에서도 마르티네스는 다양한 변화구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5일 서울 고척돔에서 벌어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한국전에 쿠바 3번째 투수로 4회 2사 후 등판, 1⅔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는 거의 던지지 않고,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 너클볼을 던지는 '팔색조' 피칭을 보여줬다.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쑤시개다. 마르티네스는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공을 던졌다. 심지어는 쿠바공격 때 더그아웃에서도 이쑤시개를 그대로 물고 있었고, 그 상태로 물을 마시고 또 뱉었다. 마치 타자 방망이를 이쑤시개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듯 끝까지 그걸 놓지 않았다.

규정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날 경기 구심이었던 박종철 대기심은 "이쑤시개를 물고 던지는 것에 대해 특별하게 제제사항이 있는 건 아니다. 껌을 씹거나 마우스피스를 끼우는 게 금지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그걸로 공에 흠집을 낸다면 문제지만, 단지 물고만 있는 건 괜찮다"고 확인했다.

또한 함께 경기를 보고 있던 김제원 기록위원장도 "만약 타자가 (투수가 물고 있는 이쑤시개 때문에) 시야가 가린다고 항의하면 안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어쨌든 마르티네스는 6회 1사까지 호투를 펼치다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에 나온 투수가 책임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1실점을 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호투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영화 속 저우룬파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제 몫을 다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cleanupp@osen.co.kr

[사진
] 고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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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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