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시리즈] '괴짜' 쿠바 감독, 완패 당하고도 쾌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05 10: 10

쿠바 야구대표팀 빅토르 메사(55) 감독은 쿠바 야구영웅 출신이다. 이후 대표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쿠바 대표팀을 이끌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쿠바가 9회말 1사 만루 찬스를 잡았을 때 함께 물을 뿌렸던 인물이 바로 메사다.
메사 감독은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참가를 위해 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쿠바 역시 프리미어 12 출전을 앞두고 있는데, A조에 속해 우리와는 조별예선에서 만나지 않는다. 대만으로 건너가기 전에 잠시 서울을 찾아 전력을 점검하고 있다.
한때는 '아마 최강'이라는 호칭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품고 다녔던 쿠바지만, 최근에는 전력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메츠), 야시엘 푸이그(다저스), 호세 아브레우(화이트삭스) 등 뛰어난 선수들은 쿠바를 탈출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재능있는 선수들은 쿠바를 떠나고 있으며, 이제는 쿠바도 해외진출 선수에 문호를 열어주고 있다.

그래도 입국 기자회견부터 메사 감독은 유쾌한 행동을 이어갔다. 취재진이 잔뜩 몰려오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마치 오랜 친구를 재회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회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사 감독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는 취재진을 다시 찍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4일 슈퍼시리즈 1차전에서도 메사 감독은 이해하기 힘든 작전을 펼쳤다. 1회말 한국은 2사 후 김현수의 2루타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그러자 메사 감독은 4번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르는 작전을 택했다. 0-0, 1회부터 주자를 쌓는 건 이해하기 힘든 작전이다. 물론 박병호가 4년 연속 KBO 리그 홈런왕이지만 뒤에 기다리고 있는 5번 손아섭은 현역 타율 1위 선수다. 결국 손아섭의 안타를 시작으로 대표팀은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묶어 3점을 냈다.
1차전은 한국의 6-0 완승. 경기 후 메사 감독에게 1회 고의4구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메사 감독은 "1회를 선발투수가 3자 범퇴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3번 (김현수) 출루는 계산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단기전에서는 사소한 전략이 중요하다. 장기전이었으면 이렇게 안 했을 것이다. 내일도 계산되지 않은 상황이 온다면 변칙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해하기 힘든 작전이지만, 쿠바가 슈퍼시리즈 1승이 아닌 프리미어12 본선 준비에 촐점을 두고 있었다면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메사 감독은 0-0 1회 2사 2루가 아니라, 본선에서 고의4구로 중심타자를 걸러야 할 장면이 나왔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으로 해석핼 수 있다. 어쨌든 일반적이지 않은 작전임에는 분명하다.
메사 감독은 완패를 당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자,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작별인사를 했다. 쿠바야구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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