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희는 코미디 배우가 아니다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0.27 11: 23

찰리 채플린과 주성치. "감히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임원희는 자신의 연기가 그들처럼 보여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코미디만 하는 배우처럼 인식되지만, 어떤 연기든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그에게 어울릴 법한 롤모델들이다.
임원희는 '성난 변호사'(허종호 감독)에서 주인공 변호성(이선균 분) 변호사를 돕는 박사무장 역을 맡았다. 변호성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는 이 영화에서 박사무장의 활약은 의외로 눈에 띈다. 정작 본인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했지만, 쉴틈없이 달려가는 영화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이선균과의 콤비-플레이는 잠깐의 쉼을 주는 포인트다.
시나리오에서부터 비중이 적었던 박사무장 역을 선뜻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한 번에 읽히고 재밌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이선균과의 친분도 쉬운 결정의 이유 중 하나. 언제, 어느 장면에 나와도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미디 연기의 비결은 "상황에 충실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재밌어 하겠지?'라는 생각보다 관계 설정과 상황에 맞게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면 오히려 더 재밌을 수 있다"고 했다.

"(영화에서)진지하려고 하는 자체가 코미디에요. 너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진지한 것 말이죠. 그 외에는 사실 이 영화에서 거의 대놓고 웃긴 건 없어요. 그런 것들 의도한 장면이 있다면 두, 세번이 나름의 웃음 포인트 정도였고요. 관계 설정이나 상황에 맞는 것만 잘하게 되면 재밌어져요. 그게 중요해요. 거기서 다 되는 거죠."
최근에 출연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코미디 연기에 대해 배우는 것이 많다. 말솜씨도 늘었다. 본래 말을 많이 하거나 재밌는 성격이 아니기에 예능 출연은 임원희에게 없었던 재능들을 깨워줬다. 그런 의미에서 예능도 영화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장르다.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열리니까요. 예능을 하면서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게 도움이 돼요. 위트가 늘죠. 또 말장난한다고 하는 그런, 풀어가는 능력이 늘어나요. 그런 게 연기에 도움이 돼요. 그런 비슷한 역을 할 수 있어요. 처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능으로 이미지가 소비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어요. 예능은 예능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임원희는 '진짜사나이'에서 반 고정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많은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 중에 '진짜사나이'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는 뭘까.
"'진짜사나이'는 힘들긴 하지만 (이번)해병대 같은 경우에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해병대는 사람들이 궁금해 해요. 여자도 궁금해 하는 곳이죠. 보통 가장 센 부대는 해병대라 생각하잖아요. 해병대 신병교육대에서 행군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빨간 명찰이 보이고. 이 나이에 20대 초반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안 했는지 TV로 확인을 해주세요.(웃음) 그런 도전이 있어요. 만약 해냈을 때 '아, 되는구나' 그런 게 자신감이 생겨요."
'다찌마와 리'를 빼놓고 임원희는 대놓고 코미디를 한 적은 없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러고 보면 흔하디 흔한 조폭 코미디에도 한 차례 나온 적이 없고, 필모그래피를 봐도 드라마 장르의 작품들이 많다. 그는 "'다찌마와 리'의 이미지가 센 것 같다"며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의 캐릭터에 대해 배우로서 불만은 없다고 했다.
"만족해요. 진지하면서 웃긴 게 제 의도는 아니에요. 저는 재밌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코미디는 진지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코미디언들을 보면 연기를 참 진지하게 하죠. 상황 자체가 골 때리는 것 뿐이에요. 주성치는 항상 진지하고 찰리 채플린은 진지한 수준을 넘어 풍자를 하죠.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는 잘 보고 있으면 슬퍼져요. 채플린의 코미디 안에 그게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슬퍼지는 게 진정한 코미디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 수준은 당연히 아니에요.(웃음)"
마지막으로 임원희는 관객들에게 '성난 변호사'를 꼭 봐달라고 당부했다. '마션'의 열풍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솔직한 발언을 해 웃음을 주기도. 천만 영화가 여러 번 나왔지만, 사실 백만 관객을 넘은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라는 것이 임원희의 생각이었다.
"100만 관객을 넘은 것도 축복이죠. 프로야구가 700만인가, 500만인가요? 영화는 한 편의 영화가 보통 500만, 300만 이렇게 계산을 하는데, 조금만 해도 감사해요. 안 되는 영화는 너무 안되니까요. 작살이 난다고 하죠? 그런데 그걸 누구 탓하겠어요. 영화가 안 됐으면 못 만든 거죠. 그거 가지고는 핑계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더 분발해야죠."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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