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 드디어 1군 등록, 마지막 싸움 돌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7 05: 59

SK 좌완 수호신 박희수(32)가 430일 만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 예상보다 빠른 복귀다. 팬들과 관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희수는 이제 기나긴 재활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일전에 들어간다.
SK는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박희수를 1군에 합류시킨다. 2012년 34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요원으로 극찬을 받은 박희수는 2013년 마무리로 자리를 옮겨서도 24세이브를 기록하며 수호신다운 면모를 뽐냈다. 지난해도 초반 순조로운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며 13세이브를 거뒀으나 6월 13일 잠실 LG전에서 왼 어깨에 통증을 느낀 뒤 1군에서 제외됐다.
아픈 어깨를 보강하고 그로 인해 무너진 투구폼을 교정하면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통증이 계속됐고 결국 8월 퓨처스리그 등판을 이후로 재활에만 매달렸다.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스스로 통증을 느낀 탓에 재활 상태가 더뎠고 결국 올해 8월 초까지도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까지 건너가 정밀 검진을 받았지만 소견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박희수 스스로도 답답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5월부터는 서서히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꾸준한 보강 운동으로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하프피칭, 라이브피칭을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복귀 수순을 밟아왔다. 박희수는 "통증이 잡힌 것인지, 아니면 통증이 만성화돼 느낄 수 없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잘 모르겠다"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지금은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어 기분은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밝게 이야기했다.
이런 박희수는 최근 두 차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나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좋은 회복세를 알렸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38㎞ 정도. 일단 포심패스트볼과 최고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을 실험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왔다. 2군에서 박희수의 피칭을 살펴본 조웅천 SK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좋다. 투구 폼과 밸런스는 워낙 좋은 선수고 지금도 문제는 없다. 구속은 어차피 2군으로 내려갈 당시에도 이와 비슷했다. 앞으로 등판할 때마다 올라올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다.
이런 저런 사정상 이왕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다면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박희수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관건은 예상보다 빠른 복귀 시점이다. 당초 SK 구단 및 1군 코칭스태프는 박희수의 복귀 시점을 8월 말 정도로 보고 있었다. 큰 수술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깨에 칼을 댄 박정배보다야 ‘예열 시간’이 짧은 것은 당연했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SK 퓨처스팀 및 재활군이 위치한 강화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루키팀 코치로 최근까지 박희수의 재활 과정을 꾸준히 지켜봤던 김경태 SK 1군 투수코치 및 재활군 트레이너들은 현 시점에서 1군으로 올려 공을 던지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1군에 건의했다. 통증이 없는 상태고 퓨처스팀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해 등판 간격을 조절하기 어려운 만큼 오히려 그것이 선수 컨디션을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430일 만에 1군 엔트리 용지에 이름을 올리게 된 박희수는 전날인 16일 현재 상황에 대해 “지금 몸 상태는 괜찮다”라며 1군 복귀가 준비되어 있음을 밝혔다. 1이닝 이하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긴 이닝이나 연투는 앞으로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가며 상황을 판단할 전망이다. 이른 복귀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선수 스스로나 2군 코칭스태프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당장 필승조나 급박한 상황에 들어가는 임무는 어렵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 혹은 상황을 잘게 잘게 끊어가는 상황에 등판해 1~3타자 정도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귀한 박정배도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 7월 30일 1군에 올라왔으나 8월 2일에야 첫 등판을 한 박정배는 첫 네 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20구 이하를 던졌으며 등판 다음날은 무조건 쉬었다. 모두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고 그 후 필승조에 합류했다. 현재까지 보름이 넘는 기간 중 연투는 단 두 번뿐이고 3연투는 한 번도 없다.
박희수에게 지금 큰 기대를 걸거나 무리하게 쓰지는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전례다. 즉 박정배의 '첫 4경기'를 2군에서 하기보다는 1군에서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도 중요하지만 박희수는 향후 SK 불펜의 핵심적인 전력이기도 하다. 박희수가 남은 기간 무난한 모습을 보이며 통증 없이 던질 수 있다면 그 때 1년이 넘는 재활과의 전쟁이 막을 내린다.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박희수가 모든 고비를 넘기고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지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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