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수사’ 유해진 “실존인물 손편지…장난치면 안된다 다짐”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7 10: 14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흥행 때문일까. 최근 배우 유해진은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통한다. ‘부당거래’(2010), ‘이끼’(2010) 등에서 강렬한 악역을 소화했지만, 올 초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 편’의 여파(?)가 컸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연출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에서는 김중산 도사 역을 맡았다. 도사는 주로 코믹한 인물로 활용된 직업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공길용 형사(김윤석)과 묘한 갈등 구도를 그리는가 하면, 소신 하나로 뭉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흔히 생각하는 무속인의 느낌을 배제한, 진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유해진은 “아버지에게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선비 같은 면모가 있어요. 김 도사의 의상을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여유 있는 집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허름한 옷을 항상 단정하게 해주셨죠. 아버지가 대쪽 같은 면모가 있어 형들이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나요. 나는 막내니까 그래도 귀여움을 받았지만요.”

그의 설명대로 김 도사는 선비 같은 인물이다. 주변의 말이나 협박에 휘둘리지 않고, 처자식을 끔찍이 아끼면서도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적당히 고집불통에, 적당히 융통성 있는 공 형사와 달리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다. 유해진은 김 도사는 두부에 비유하며 “표백되지 않은, 양념이 첨가되지 않은 인물의 모습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부산 서구에 살았던 곽경택 감독이나 김윤석과 달리 유해진은 충청북도 청주 출신이다. ‘극비수사’를 선택하면서 실제 사건을 접했다. 실존 인물인 김 도사는 지난 11일 열린 ‘극비수사’ 토크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다. 제작할 당시에는 김 도사의 세 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따님들이 부산에서 촬영할 때 찾아오셨어요. 절 보며 글썽이셨죠. 마음이 짠했어요. 세 분에게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일 테니까,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따님들에게 손 편지도 받았어요. 내가 연기한 인물의 바탕이 되는 실존인물에게 편지를 받아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진심이 느껴졌죠.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접근하자는 생각이 더욱 들었어요.”
유해진은 운은 믿지만, 평소 사주를 보러 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무속인 연기는 어땠을까. 그는 “어떻게 이해를 했지”라며 당시를 떠올려 보더니 “한 가지 일을 진심으로 바라면 하늘이 답이 준다는 말처럼 간절한 기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장독대에 정안수를 떠놓고 빌던 것들이 기억났어요. 그게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에 대해 간절히 기도하면, 그 생활도 그 것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극비수사’에는 공 형사와 김 도사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나온다. 하드보일드 스릴러식의 반전은 없지만,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그렇지만 김 도사는 분노하지 않는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 지는 신이지만, 유해진은 그런 김 도사를 이해한다고 했다. 
“김중산 선생님에게 명예가 최종 목적이 아니었잖아요. 대사 그대로 서운함이야 없지 않겠지만, 사사로움을 쫓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참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가는 것 말이죠. 나도 생활에서 본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인생에서 본질을 찾으려고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걸 많이 느낄 만한 중요한 시점인 것 같고요.”
유해진이란 배우가 지닌 깊이, 그것은 어쩌면 극중 김 도사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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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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