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애, ‘아나운서 비하’ 강용석에 “이젠 화해하고 싶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09.15 10: 31

방송인 이지애가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방송인 겸 변호사 강용석에게 화해를 청했다.
이지애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KBS에서 만 8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맡아왔지만 지난 4월 사직을 하였고,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다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다.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지애의 글에서 등장하는 한 전직 정치인은 강용석 전 의원. 이지애는 “이제는 케케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며 과거 문제가 됐던 강용석의 발언을 언급했다.

강용석은 18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이 끝난 뒤 참석한 연세대학교 소속 2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과 저녁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 식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에 그해 강용석은 여성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지애는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이다”며 아나운서로 생활하는 동안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여전히 여자 아나운서의 기사 밑에는 알 수 없는 말줄임표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그 말 사실인 듯…’, ‘…얘도 줬을까?’ 등등”이라며 “여전히 ‘그 말 사실이냐’고 묻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낀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또한 이지애는 “그 분은 이 발언으로 인해 정치인의 옷을 벗었다. 그렇지만 독하고 강한 캐릭터가 필요한 이 시대는 그를 유명 MC로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수입도 더 늘었을 것이고 인기도 높아져 팬도 생겨났을 거다. 고소의 아이콘에서 전화위복의 증인이 된 셈이다. 나 역시 KBS에서 나왔으니 어느 채널에선가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 말 값 1500만원. 그것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고 화해를 요청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500만원 선고를 내렸다. 강용석의 문제의 발언이 형법상 집단 모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고 혐의에 대해 이 같이 판결했다. 세간의 화제를 모은 집단 모욕 부분이 아닌 무고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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