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피’ 오현택, “책임 갖되 욕심 없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5 06: 29

“야, 네가 인터뷰할 짬이 되냐. 괜히 들뜨지 말고 빨리 들어가”.
아직 짬이 안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도 그 이야기를 듣고 “저 이만 들어가서 경기 준비해야 되요”라며 웃었다. 그런데 표본은 6경기에 불과해도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15일 현재) 그리고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89에 피안타율 1할7푼9리로 투구 내용이 더욱 좋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점차 제 가치를 키우고 있는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오현택(28)은 충분히 현재 활약만으로 주목받을 만도 하지만 애정어린 쓴소리 속 겸손을 잃지 않았다.
장충고-원광대를 거친 오현택은 대학 시절 1년 후배 구본범(한화-경찰청)과 함께 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주역 중 한 명. 그러나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최고 구속이 138km에 불과해 프로 구단들에 매력을 뽐내지 못했고 결국 드래프트 미지명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첫 1년 간 “스피드를 높이기보다 무브먼트를 앞세우자”라는 권명철 코치의 조언에 따라 사이드스로로 전향 작업을 거쳤다.

1군 데뷔 첫 2년 간 29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5.12를 기록하고 2010시즌 후 상무 입대한 오현택은 올 시즌 초반 두산 불펜진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2년차 사이드암 변진수가 잠깐의 슬럼프로 2군에 내려가며 바통을 이어받은 오현택은 지난해 변진수 못지 않은 내실있는 투구 내용을 연달아 보여주며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12일 롯데전서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던 도중 타구에 맞고도 괜찮다며 손을 흔든 그에 대한 여성팬들의 관심도도 높았으나 오현택은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들 민준군을 키우는 어엿한 가장이다.
“10일 KIA전에서 나지완에게 내준 밀어내기 볼넷이 아까웠어요. 제가 어떻게라도 해서 팀의 위기를 제 선에서 막았어야 했는데. 그날이 정말 아쉬웠어요. 강판 후 김선우 선배께서 뜻 깊은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저 내 것만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팀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선우 선배로부터 정신적인 면을 많이 배우고 이재우-정재훈-김상현-노경은 선배로부터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한 바람직한 관리 요령을 배운다. 모든 조언이 내게 감사하다”라고 답한 오현택. 사실 군 입대 전 오현택은 오른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막았으나 왼손 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6할이 넘던 반쪽 투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오현택의 좌타 상대 타율은 11타수 1안타로 9푼1리에 불과하다.
“상무 입대 후 투심이나 싱커, 서클 체인지업 등 역회전되는 공을 많이 연습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그물망에 던지며 릴리스포인트 감을 잡는 넷 피칭을 많이 했어요. 투심은 1년 정도 걸렸는데 서클 체인지업은 제 감을 익히는 데 좀 더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동안 연습했기 때문인지 왼손 타자 상대 약점을 없애고 있는 것 같아요”.
이어 오현택은 “내가 팀이 위급한 상황을 넘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몇 승, 몇 홀드를 올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팀의 호성적에 집중하면 개인 성적은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오현택을 바라본 정명원 투수코치는 “네가 뭘 얼마나 잘 한다고 인터뷰를 하고 있냐. 빨리 들어가”라며 소리쳤다.
그러자 오현택은 웃으며 “아직 더 많이 해야 합니다”라고 답한 뒤 훈련에 나섰다. 시즌 초반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오현택을 미리 들뜨지 않도록 다잡는 정 코치의 고함과 오현택의 즉각적인 반응. 한 순간 얼마 안 되는 기록을 남기고 사라지는 휘발성 선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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