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제' 방송사 시청률 지상주의에 직격탄....MBC 보고있나?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2.19 10: 06

SBS 월화극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이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대목은 최근 지상파 방송사에 분 폐지 칼바람과도 무관치 않는 모습일뿐더러, 현재 ‘드라마의 제왕’이 처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SBC 드라마국장 남운형이 사표를 제출한 사이 부국장(송민형)이 직무 대행에 나선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국장은 시청률을 기준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낸 프로그램들에 일제히 폐지 결정을 단행하는 횡포를 부렸다.
부국장이 임원 회의에서 주창한 내용은 “첫째도 시청률 둘째도 시청률”이었다. 그는 드라마국원들에게 “시시껄렁한 작품 말고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만한 작품”을 가져오라며,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작품성과 존재가치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에 폐지 통보를 내렸다. “작품성이나 가능성, 그딴 게 광고 붙여주나”라는 게 그게 밝힌 폐지의 이유였다.

이 같은 일방적인 폐지 결정은 배우를 비롯한 제작진에게나 후속 작품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그깟 제작사나 배우들 머리 위에 있는, 우리(방송사)가 갑”이라고 쏘아붙이는 게 부국장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부국장의 이 같은 횡포는 국장 자리에 돌아온 남운형에 의해 저지당했고, 이 자리에서 남 국장이 남긴 메시지는 폐지의 칼날을 휘두르는 방송사를 비롯해 시청자까지 생각해 볼 대목
남 국장은 “갑이라면 갑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편성은 방송사 고유의 권한이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그저 시청률에 의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되냐”는 말과 함께 “정의 없는 힘은 그저 폭력일 뿐이다. 이제 폭력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폭력의 시대가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드라마의 제왕’은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 등을 배경으로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 제작기를 그려왔다. 그래서 이날 등장한 이 같은 대목 역시 갈등을 유발하는 그저 그런 장치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드라마의 제왕’에 등장한 이 같은 대목은 방송환경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MBC 김재철 사장은 “시청률 1등 못 할 거면 그만둘 각오”임을 밝히며 8년 장수 토크쇼 ‘놀러와’를 비롯해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와, ‘최강연승 퀴즈쇼Q’의 폐지를 단행했다. 이는 시청자와의 약속은 물론 방송사의 책임과 역할을 벗어버린 결정으로, '장사꾼'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방송사에 가장 큰 수익을 벌어다 주지만 그만큼 시청률 수치에 민감한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최근 ‘드라마의 제왕’이 월화극 꼴찌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방송사의 횡포에 눈을 감지 않고 시원한 일갈을 가한 이 작품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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